쇼핑,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꼭 값비싼 명품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무언가를 사서 내 것으로 만드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쇼퍼 홀릭, 말 그대로 쇼핑 중독자 레베카는 남자보다 쇼윈도에 걸려 있는 흔히 말하는 '명품'에 설레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이야기의 첫 시작은 어린 레베카가 자신의 다른 또래들은 예쁜 신발을 살 때, 할인하는 예쁘지 않은 신발을 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반짝이고 컬러 가득한 신발을 신어보는 또래를 부러워하던 어린 소녀 레베카는 자신의 칙칙한 신발을 앞에 두고 온통 분홍 배경에 둘러 쌓여 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얻게 해주는 '마법의 카드' 일명 신용카드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자신도 어른이 되면 갖게 될 마법의 카드. 어느 순간 12개의 마법 카드를 소지한 레베카.
그런 레베카의 첫 등장 역시 핑크와 함께다.
핑크, 분홍색
핑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은 무엇일까?
'소녀, 꿈, 철없음, 로망 등등' 뭔가 아기자기하고 소녀스러우며, 로맨틱하다. 색이 가진 이미지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크다. 무의식적으로 색이 가진 이미지에 우리는 정의 내리고 판단한다.
핑크 옷을 입고, 핑크로 가득한 사무실 책상에 앉은 레베카는 소녀스럽고, 로맨틱하며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살짝 백치미도 느껴진다.(실제로 외국 영화에서 분홍색의 옷과 금발은 뇌도 순수한 여자들을 많이 표현한다고 한다.)
마법의 카드를 12개나 소지한 레베카는 길을 가다 쇼윈도의 물건을 보면 사지 않고 못 견딘다. 어릴 적 채워지지 않은 욕망과 로망이 쇼핑 중독을 만들고, 그 결과 어마 무시한 카드값에 허덕이게 된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회사의 폐업으로 한 순간 실직자까지 된 레베카. 어쩌다 보니 알지도 못하는 재테크 잡지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재테크는커녕 경제 용어도 모르는 레베카는 우연히 자신의 쇼핑 중독과 카드 빚에 관한 이야기를 빗대어 칼럼을 쓰게 되고, '초록 스카프의 여자'라는 필명으로 엄청난 인기의 칼럼니스트가 된다.
아는 거라고는 명품과 패션감각뿐이었던 레베카는 솔직 담백한 입담과 필력으로 재테크 잡지사의 스타가 되지만,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거짓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악연 같던, 자신의 상사와 사랑의 감정이 싹트면서 그녀는 더욱 자신의 삶에 후회와 회의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보라색
사실 레베카가 어쩌다 취업하게 된 잡지사는 꼭 가고 싶던 패션 잡지와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자연스레 패션 잡지 편집장?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게 된다.
레베카는 인기에 힘입어 그녀의 상사이자 마음을 나눈 루크와 방송까지 출연을 하게 되는데, 그때 입은 옷이 바로 보라색이다.
보라색은 어릴 적 약간 '돌+아이, 정신이상' 등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닌 색으로 표현이 되곤 했으나 실제로는 옛 귀족들의 색이기도 했고 우아, 기품 등을 표현하며 신뢰감이나 감정의 풍부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도피나 망상, 오만, 자만, 단절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레베카는 방송 중 채권자에 의해 자신의 거짓말들이 모두 들통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틀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 레베카.
되려 이 일로 인해 패션 잡지 편집장의 눈에 들어와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게 되지만, 그 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고 거절한다.
옛날 자신과의 단절이다.
초록색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는 녹색 스카프
그 많은 색 중에 왜 하필 녹색, 초록색일까. 여기서 나오는 스카프는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루크와의 연결고리이자, 거짓의 상징이었으며 마지막 다시 한번 이어주는 매개이다.
초록색은 안정감이나 시작, 성장, 치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와 반대로 물질주의나 부패 등을 뜻하기도 한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유혹에 못 이기는 생활을 하던 물질주의 레베카이자, 그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레베카이다.
그리고 쇼핑, 물건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자신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루크'라는 존재를 의미하고 있지 않나 싶다.
다시, 분홍
친구와의 관계까지 잃을 뻔했던 레베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고쳐간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어 준 친한 친구의 웨딩 들러리 드레스.
자신의 취향과 맞지도 않고, 어마한 빚으로 인해 어쩌다 잃을 뻔했던 드레스는 하필 분홍색이다. 드레스와 함께 친구를 되찾은 레베카는 결혼식이 끝나고 걸으며 쇼윈도에 진열된 구두와 드레스, 가방을 보며 혹하지만 결국 이겨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기뻐한다. 마치 다시 소녀로 돌아온 거 같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루크. 이제 물건이 아닌 사람과 사랑을 하고, 의지를 하며 마음을 나눈다.
그 전과는 다른 로망, 소녀의 꿈이다.
이제는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 쇼핑 중독자의 이야기로 칼럼니스트가 된 레베카와 그런 그녀를 지지해주는 연인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쇼핑 중독자의 이야기인 만큼, 정말 화려한 색감의 옷들이 나오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컬러가 있다.
어디까지나 내가 느낀, 본 시각으로 몇 자 적어 본 글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