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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혜 Nov 07. 2021

#4. 혼자 여행_경주 ep2.

계절과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경주

 숙소와 기차만 예약하고 내려온 경주는 둘째 날 역시 발이 가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야경 투어 하며 들었던 분황사는 처음이라 뚜벅이로 갈 수 있는지만 확인 후 바로 출발. 


 경주역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 해 있으면서도, 걷기 좋고 가을을 느낄 수 있어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안정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경주역에 들어오는 기차, 분황사 가는 길


 경주하면 불국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만큼 사람이 찾고, 또 큰 절이다 보니 볼 것도 많지만 분황사는 작은 절이라 사실 크게 무언가를 둘러볼 곳은 없었다. 하지만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절이라고도 하고, 또 아기자기하고 특유의 느낌이 남아있는 곳이기에 꼭 한 번은 들러봤으면 좋겠다.


분황사에 있던 작은 등


 분황사 마당에는 모전석탑이 있는데, 사진에는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황룡사 터


 분황사 앞에는 황룡사지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단 곳이 바로였으나, 아쉽게 계절이 맞지 않아 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 넓은 황룡사지 터를 보며 여유 있게 걸었다. 걷다 보면 있는 황룡사 역사문화관에서 이 터를 보면 정말 광활하고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니, 꼭 느껴보면 좋겠다.


황룡사 9층 목탑


 사실 이 근처가 황룡사지 인지도 모르고 왔던 터라 더 즐거웠던 산책 길은 역사문화관에 와서는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볼거리가 많다거나 화려한 건 아니지만, 황룡사 9층 목탑의 재현된 모습도 볼 수 있고 신라가 계획된 도시로 지어졌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 수 있었으니 수확 많은 산책길이지.


황룡사지 기찻길

 황룡사 역사문화관에 나와서는 월정교의 낮과 계림을 보고 싶어 무작정 또 걸었다. 걷다 보면 우측으로 동궁과 월지가 있고 좀 더 걸으면 첨성대가 보인다.


거기서 좀 더 들어가면 계림과 교촌마을이 있다. 


가는 길 마주친 경주의 가을. 마침 기차도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어 더 설렜던 길.

경주의 가을


 멈추고 싶을 때 멈춰 주변을 보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 역시 가을의 쓸쓸함보다는 수확의 기쁨에 더 가까운 일이었다.






 

 이 길이 봄에는 벚꽃길로 변한다니 봄을 보러 와도 좋을 거 같았다. 보문단지도 유명하다지만, 나는 그래도 역시 경주스러운 경주는 이 길이 아닐까 싶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지금의 경주도 느껴보고 싶지만 그래도 역시 난 이 길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경주 교촌마을

 걷는 걸 좋아하지 않다면, 가까운 거리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걸어 다녀보길 추천한다. 일상에선 늘 무거웠던 머리가 맑고 개운함을 느끼며 순간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건 흔치 않으니.


 교촌마을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걷다 보면 월정교를 볼 수 있다. 밤의 화려함은 없지만 낮에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또 다르다. 앉아 쉴 수 있는 곳도 있으니 가만 물이 흐르는 걸 보며 쉬어도 좋다. 

 

월정교


 돌다리를 지나 이번엔 경주 오릉을 가보기로 했다. 걷기에는 꽤 멀긴 했지만 날도 좋고 시간은 있고 걷지 않을 이유도 없어 기분 좋게 출발했다.


 남천을 따라 그저 쭉 걷다 보면 산책길이 너무 예쁘게 되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남천 산책길

 봄에 오면 더 다양한 꽃들이 반겨줬을 거 같았다. 


경주 남천


 가만히 걷다 보면 잠시 쉬어가시는 동네 분들도 볼 수 있었다. 나도 잠시 쉬어갔다.


 반복되고 정신없는 시간 속에서 잠시 쉰다고 해야 할 일을 어물쩍 미루고 쉬지도 달릴 에너지도 없어 아무것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나에게서 눈을 감고 정말 오롯하게 현재에 집중했던 시간.


경주 남천

 경주의 황리단길이나 보문단지, 불국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이 길을 걸어 경주 오릉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경주 오릉, 대나무 길


 그렇게 도착한 경주 오릉을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보니 간간히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조용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짧지만 대나무길도 걸어보고 신라 시대 시조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의 흔적도 한 번 볼 수 있다. 


 신라 시대의 초기 왕들의 무덤이라는 이곳에서 뜻밖의 재미도 있었다. 노루 2마리가 뛰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생각도 못한 소소한 추억은 아마 또 잊지 못할 경주의 즐거움으로 남았다. 


경주 오릉


 경주 오릉을 천천히 둘러보고, 다른 곳을 또 가볼까 했으나 어딘가를 더 걸어 다녀오기는 힘들 것도 같고, 길 가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쉬어가기로 하며 다시금 황리단길 방향으로 향했다. 


 길을 가다 고분과 함께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있으면 앉았다 가기도 하며 걷는 시간은 힘들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야외 석이 있는 카페에 가만히 앉아 햇살을 즐기며 찍었던 사진도 보고 멍도 때리다 보니 답답했던 문제도 단순하게 느껴졌다. 결국 내 욕심이었으니, 하던가 잠시 보류하던가, 혹은 놓아주던가.


 그리고 결국 나는 어떻게든 할 거란 걸 알고 있으니. 뭐가 두려운 걸까.


 암튼, 경주의 2일 차도 이렇게 지났다. 정적이지만 충만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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