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경주
3일은 정말 짧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경주 마지막 날 아침을 맞았다.
부지런히 아침부터 또 다른 경주를 즐기는 것도 좋았겠지만, 이틀 열심히 걸으며 머리를 비운만큼 이번에는 조용한 곳에 앉아 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전 날 미리 봐 두었던 내가 좋아하는 대청마루 느낌의 야외석이 있는 카페에서 명당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소소한 기쁨을 맛 본 경주 여행.
따뜻한 햇살과 적절한 그늘과 함께 한 카페에서 길냥이도 만날 수 있었다. 딱 좋았던 거리두기.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친할수록 가끔은 필요한 거리두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서로의 마음 건강을 위한 방역 지침의 일종이 아닐까.
마치 저 길냥이와 나의 거리두기처럼.
서로 좀 더 다가가고 싶어 눈치를 보면서도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흘긋 쳐다보다 눈 마주치면 다시금 물러나는, 저 거리가 암묵적인 나와 고양이의 거리였겠지.
그렇게 카페에서 눈 감고 햇살도 즐기고, 음악도 듣고, 멍도 때리다 기차 시간에 맞춰 역으로 가기 위해 걷던 중 무심코 들어가 본 골목길에서 마주한 성곽.
이것 역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지체 높은 한 나라의 군주였을지라도, 결국 새들에게는 그저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다.
여전히 국내 여행지 중 기억에 남는 좋았던 곳을 뽑으라 한다면 어디든 다 좋았고, 추천하고 싶지만 그중에서도 좀 더 애정이 가는 곳이라 한다면 아마 경주가 아닐까 싶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에서 내 시간을 고스란히 느끼고 남기고 가져올 수 있는, 아마 한동안은 더 내가 애정 하는 여행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