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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혜 Apr 04. 2020

[영화 리뷰#2, 영화 속 심리] 굿 윌 헌팅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한 말. It's not your fault

 정말 별 거 아닌 거 같은 말이 가끔은 마음에 박혀,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이 파동을 일으키듯 마음에 잔잔하지만, 커다란 흐름을 주는 경우가 있다. 우연히 어제 보게 된 '굿 윌 헌팅' 속 숀 심리학 박사가 엄청난 천재이지만 전과자이자 사회적 반항아인 윌 헌팅에게 해 준 "It's not your fault"가 내게 다가온 것처럼.


 굿 윌 헌팅은 오래된 영화이고, 보지 않아도 '아 그거 들어 본 거 같아' 싶은 영화 제목일 거다. 이 영화가 받은 상은 잘 모르겠다. 영화 검색을 해보면 여러 상들이 나오지만, 그렇게까지 영화광은 아니니 봐도 잘 모른다. 그저 내가 본 영화가 그 순간 어떻게 와 닿았는지 말하고 싶다.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날. 늘어지게 누워 리모컨만 누르다 발견한 무료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이미지, 윌과 숀 교수


 엄청난 천재, 윌 헌팅에게는 심리학, 법학, 수학, 이런 건 시시한 것들이다. 그저 본 것만으로도 책을 외워버리고 또 심지어 그 지식들을 활용까지 할 줄 아는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기업에서는 그를 데려가려고 하는, 그런 삶.(부른 대로 내 손에 돈을 쥐어준다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하지만 그의 삶은 너무나도 불운했다. 입양과 파양이 반복되고,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그는 전과자이자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졸업만으로 얻어질 부와 명예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복도를 청소하며 친구들과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폭력과 가까이하고 법정에 서는 것이 익숙한 생활. 그게 바로 윌 헌팅의 매일이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우연히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제럴드 램버 교수와 그의 친구였으나 너무나도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조력자 숀 맥과이어 교수가 아니었다면, 그는 계속 그렇게 살아야 했겠지. 


Not your Fault


 첫 만남에서 윌은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하여 흔히 말하는 우위를 점하려 한다. 숀의 질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여 숀을 공격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머릿속 지식만을 이용하여 한 그림을 건들게 되고 숀의 아내와 그의 감정을 모욕한다.


 그 모욕에 그것에 눌렀던 감정이 올라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듯 윌을 몰아간 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올리버 트위스트"로 너를 설명 가능하니?

-우린 스스로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숀은 윌과 고아로 힘들게 살았던 '올리버 트위스트'를 비교하며 그로 너를 설명 가능하냐는 말을 던진다. 과연 자신이 그와 동일하게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하여 자신의 모든 삶을 그리고 자신을 다른 이와 단순히 동일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고아니까,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으니까' 이 말이 자신의 삶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면죄부가 될까?


 그런 윌에게 숀은 말한다. '오만하고 겁 많은 어린아이'. 상처 받기 싫으니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 먼저 밀어내고 관계를 맺지 못하는 어린아이. 피상적인 대인관계 속 방어만 하는 그런 겁쟁이.


 심리학 용어인 방어기제나, 긍정적인 수용, 어릴 적 받은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 애정결핍 등을 몰라도 이 영화는 우리를 자연스레 숀과 윌의 상담을 따라가게 한다. 침묵으로 일관된 상담 시간을 견뎌 윌이 먼저 말을 열게 만드는 숀과 자신을 먼저 오픈해주는 숀에게 천천히 자신을 오픈하는 윌의 상담은 보는 나도 쫄깃하고 벅차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치 운명인 듯,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으나 거짓된 자신의 모습 속에 진짜를 감춘 윌은 다가서고 싶으나 스스로를 벽의 뒤로 숨긴다. 멋지고 쿨한, 하지만 실제론 쿨하지 못해 두터운 벽.


 그런 윌에게 숀은 사람은 서로 불완전하며 그런 서로를 각자에게 끌어당긴다고 말한다.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 여자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며. 그러기에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이 영화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말들은 윌에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우리에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이자 위로들이 된다.


 "네 마음을 따라가라"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냐"


 결국, 닫혀 있던 윌의 마음을 열어 버린 짧지만 강한 힘을 지닌 말. "It's not your fault"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안다고, 하지 말라고 그저 자신은 운이 나빴던 거라 거부하면서도 결국 윌은 터진다. 


 소리를 지르고, 정말로 안쓰러웠고, 안타까우며 어그러지고 불쌍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안아준다. 그러고 나서 윌은 변한다.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무서워서 떠나보냈던 사랑하는, 자신을 잡아주려 했던, 그녀를 찾으러 간다.


 그러고 영화는 끝이 난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영화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는 매일매일이 벅찬 삶을 살고 있다. 여기저기서 우리를 흔들고, 그러다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작은 돛단배 위에서 그저 파도가 흔드는 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그러다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인가, 싶은 혼란에 빠지며 우울해지고 두려워진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그럴 때 누군가 나에게 "네 잘못이 아냐"라고 쉽게 얘기해줄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그 말. 마음을 따라가라. 물론, 내 마음을 다 따를 수는 절대 없다. 어쨌거나 우린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알고 갈 수 있기를,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말. '네 잘못이 아냐'. 


 아니라 부정하면서도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에서 손을 놓자. 그리고 그저 흘러보자. 


 그럼 오히려 더 나은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다 끌어안고 나를 가둘 필요 없다며, 나를 안아주고 'not your fault'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내게는 개인적으로 제럴드 교수와 숀의 관계, 그리고 제럴드 교수의 조교에게도 흥미가 들었다. 다음번에는 그들의 이야기도 한 번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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