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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혜 May 05. 2020

[영화 리뷰#5]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디엠! seize the day! 내 목소리를 잊지 말기를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는 본 적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 같다. 아니면 적어도 영화에 나오는 대사 'Carpe Diem'과 'Seize the day'이 문장은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사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몇 년 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역시 이 영화가 유명하다는 것도 알고, 좋다는 평들이 많았기에 보려고 했으나, 뭐랄까... 진부한 느낌도 나고, 그냥 내게는 흔한 청춘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보다 졸았는지 영화는 끝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생겼고, 이번에는 '그래 어디 얼마나 좋은가 한 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흔한 교훈 '네 인생을 살아라. 너의 길을 걸어라. 현재를 살아라.'


 하지만, 키링 선생의 학생들에게 다가서는 마음 그리고 진심으로 전하는 그 말들은 계속해서 맴돌았고 왜 이 영화가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 전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 키링 선생님_출처 네이버 영화

  졸업자 75%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유명 남학교. 거친 사춘기 학생들이 가둬지듯 모여 사회가 만든 기준에 들기 위해 움직이고 강요받는 곳이다. 부모님의 '기대'라는 구속에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곳.


 그곳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키링 선생은 학생들에게 첫날부터 교과서를 찢고 정해진 규칙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


 이때 나오는 대사.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둬라. 


 시의 한 구절이라는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둬라.'는 유한한 삶의 이야기. 그러니 우리는 현재 이 시간을 즐기며,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신념은 결국 내 소유이며 지켜야 함을 키링은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너무나 짧지만,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이 말은 몇 학생들의 마음에 스며든다.

죽은 시인의 사회_출처 네이버 영화

 키링의 수업 방식은 학교에서 추구하는 것과 달랐다. 늘 평가의 기준 속에서 공부를 하고 순위를 매기고 그리고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유망 직업들이 최고의 답이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고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가르치는 수업.

 

 그렇게 그의 제자들은 자신의 것을 천천히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사랑도 하고 우정도 만들어 가며 단순히 스터디메이트가 아닌 서로를 응원하고 할 수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_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보면, 아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몇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대부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단상 위에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게 했던 키링 선생. 이게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며 울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시각'을 강요 아닌 강요를 잊지 않고 싶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시선이 아닌, 너희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했던 그 말과 행동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작가의 시선이 아닌 우리들의 시선, 우리들의 목소리


 지금은 각자의 의견과 개성이 존중되지만 여전히 우리는 획일화된 교육과 시선을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각자의 소리와 시선, 생각 그리고 표현을 내세우라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따른다.


 작가를 평론하라하며, 암묵적으로 잡힌 기준에서 우리는 좋은 글과 아닌 글을 구분 짓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_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극단적으로 끝을 맺는다. 


 닐이라는 학생은 배우를 꿈꿨고, 키링 교수를 만나 용기를 갖고 결국 작은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학교와 아버지는 이를 반대하고 닐은 스스로 자신을 끝낸다. 


 이에 키링은 학교를 쫓겨나게 되면서 영화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표현의 자유


 학교에서는 자신의 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따르기만을 강요할 뿐. 이때 키링은 자신에게 와서 꿈을 말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키링은 아버지와 소통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닐의 아버지는 소통을 하고자 하지 않았고 어떻게 이걸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 닐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며 조마조마했다.

 

 소통하는 법을 알려줄 순 없지만,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자들에게는 어쩌면 정말 가혹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창 불타는 청춘들에게 '이성적'으로 현실과 공존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짧은 시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격한 흥분 상태였던 사람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두터운 벽이었던 넘을 수 없던 거대한 탑 같은 존재였던 사람과 대화는 극단적 선택이 더 쉬웠을 수도...

죽은 시인의 사회_출처 네이버 영화
캡틴, 오 마이 캡틴!


 어쩌면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찾고, 키링 선생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 같고, 용기를 주고, 함께 고민해주며 웃지 않고 이해해줄 거 같으니까.


 결국 바뀐 건 없다. 학교 내 이단 같은 존재였던 키링 선생은 쫓겨났고, 학생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건 어쩌면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거 같다. 현실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으니까.


 마지막 장면. 하나 둘 책상 위에 올라 '오 마이 캡틴'을 학생들과 그런 그들을 보며 웃어주던 그들의 캡틴. 어쩌면 이 학생들은 다시 똑같은 삶을 강요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Carpe Diem'과 'Seize the day'가 남아있을 거고 조금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길을 찾아 자신의 방향과 속도, 걸음걸이로 걷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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