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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아 Jul 29. 2022

differ's self Q&A

서른에게 13

인터뷰는 즐겁게 마쳤지만, 취업에는 실패하고 돌아온 나예요. 첫 도전인 데다 한 번에 되는 건 정말 운이라는 생각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은데 조금 아쉽긴 하다. 다른 회사의 채용공고를 열심히 훑어보다가 오늘은 그만하고 싶어졌어. 퇴근시간도 남았고, 그렇다고 무료하게 유튜브를 보기는 또 내키지 않아서 일전에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은 디퍼의 질문카드를 몇 개 꼽아서 답을 해보려고. 지금은 생각 없이 손을 계속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 안에 있는 말을 꺼내다 보면 명료해지는 것들이 있겠지 싶은 작은 소망도 있다.




Q. 지금 내 라이프스타일에 꼭 필요한 3가지는?


A. 평화롭게 잠들기, 쾌청한 날씨를 경험하기, 질 좋은 맥주를 마시기. 나는 평균보다 많은 양의 잠이 필요하고, 또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어. 쫓기듯 잠을 자야 하는 삶은 겪고 싶지 않아. 늘 원하는 만큼 충분히 자고 그 에너지로 하루를 기분 좋게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는 쾌청한 날씨는 볕이 좋으면서도 바람이 미세하게 부는 날이야. 그런 날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 그 기분이 내 삶에 자주 찾아와 주면 좋겠어. 볕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싶어. 마지막으로, 질 좋은 맥주 한 잔이 삶에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복되지.


Q.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챌린지가 있어?


A. 수영을 다시 배우고 싶어. 오전 수영을 다니는 게 습관이 된다면 스스로가 정말 기특할 것 같아. 너무 부지런하고 멋지지 않아? 운동을 강도 있게 해도 물 속이라 땀이 날 일이 드물다는 것도 너무 좋아. 지금도 물 자체는 너무 좋아하지만 어릴 때 배우고 까맣게 잊은 수영하는 법을 다시 익히고 싶어. 아, 번지점프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 


Q.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하고 싶은 일', '그때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마음속에 묻어둔 일이 있니?


A. 도전조차 못해보고 미련이 남아있는 일은 운 좋게 많이 없는 것 같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곧 행동에 옮기는 건 내가 잘하는 일이니까. 흐지부지된 일들 중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들이 조금 있는데, 스무 살 때 발성을 조금 더 오래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유일하게 가보았던 에이전시 오디션에 붙었더라면 어땠을까, 카페에서 일할 때 제안받았던 프로젝트 매니저 일을 조금 더 흥미롭게 여기고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같은 게 있네. 근데 뭐, 그렇다고 후회가 남는다는 건 아냐. 


Q. 너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


A. 어렵다.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Q. 너의 직업, 만족스럽니?


A. 금전적인 안정감을 제외하고 말할 수 있다면, 만족스러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발전시켜온 것이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부딪혀있는 질문은 내가 정말로 직업이라 생각했느냐, 야. 돈이 안 되는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작업물이 쌓이다 보면 절로 돈이 따라오고 직업이 되겠지, 하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해서. 물론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취미에 직업으로 온전히 건너뛸 수 있을 만큼의 발전을 이뤘을까? 남들이 보기에도 이것이 내 직업 같을까? 물론 남들 시선에 내 직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일에 관해 가져온 내 태도가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자꾸 드네.


Q. 진짜 고치고 싶은 나의 습관은?


A.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했을 때, 손톱 근처 거스러미를 뜯고 몸 구석을 긁는 것. 최근 나의 이 행동이 일종의 자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슬퍼졌거든. 


Q. 네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뭐야?


A. 일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에 있는 사람, 협업에 능한 사람, 말을 바르게 쓰는 사람, 일의 마무리까지 신경써서 하는 사람.


Q. 일이 현재 나에게 주는 의미는?


A. 나의 가치와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 금전적, 심적 안정감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존재.


Q. 평소 네가 좋아하는 것과 일할 때 경험하는 것들 중 교집합은 얼마나 되니?


A. 정말 돈이 급해서 하는 파트타임이 아닌 이상 내 취향이나 관심사 안에 들어가 있는 분야라는 점, 단순노동이든 창작이든 몰입감을 준다는 점.


Q.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걸 후회한 적 있니? 그럴 때 어떻게 대처했어?


A. 후회한 적은 없어. 다만 조금 더 성과를 내려 애를 썼어야 했나 싶은 순간들은 많지. 잠시 속상해했다가 마음이 계속 우울하면 운동을 하고, 나아지면 성과가 있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Q, 일 안 할 때 주로 너는 뭐해?


A. 혼자 있을 때는 낮잠 자고 웹툰 보고 밥 해 먹는 걸 좋아한다. 라이브 방송하며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아해. 사람 만나면 맥주 마시면서 대화 나누고 시끌벅적한 곳 가서 사람들 구경도 가끔 하고, 애인 만나면 걷고 장난치고 밀린 드라마 보고, 그냥 같이 누워있고, 밖으로 나가 가게 탐방하는 것도 좋아해.


Q. 내 삶에서 꼭 이루고 싶은 성장은?


A. 직업인으로서 조금 더 분명히 정체화를 하고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감각을 스스로 느끼고 싶어. 그 안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꼭 있으면 좋겠어. 그 외에는 볕이 잘 드는 다정한 내 공간 갖기. 성숙하고 안전한 사랑을 하기. 운동으로 단단하고 얄쌍한 팔을 갖기.  


Q. 가장 나다울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인생의 경험은 뭐야?


A. 라디오와 모델 일을 시작한 것. 좋아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 맥주를 좋아하게 된 것. 여러 연애를 한 것. 



아직까지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오지를 않아서 목이 칼칼하네. 어제오늘 깨어날 때 목이 꽤 아팠는데 내일은 덜해지면 좋겠다. 나 그래도 인터뷰 결과에 조금 영향을 받았나 봐. 퇴근하고 기분 전환될 만한 걸 하고 싶다는 욕심과 내리 자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네. 오랜만에 애인 없이 보내는 주말이고, 내일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진천에 잠시 다녀와. 그전까지는 오롯한 내 시간이야. 1박이라 짐 쌀 것도 딱히 없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챙겨두고 늦지 않게 누워야지. 주말 가뿐히 보내고 다시 준비해야지. 무어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결국에는 흘러갈 거야. 늘 그렇게 믿고 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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