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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Mar 15. 2021

장교들은 어디서 자?

정훈장교가 알려주는 군대 이야기

군대라는 조직인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 입는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래서 군인이 되기 위해 총을 사가거나 군복을 준비해야 하는 일도 없다. 몸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기에는 의식주 해결을 위해서 군인의 길을 선택한 이들도 많았다.(가끔은 이런저런 사고 무마용으로 군대에 말뚝 박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입는 거야 똑같은 군복이고, 먹는 것은 다 같은 짬밥이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자는 것은 간부와 병사가 차이가 크다. 하지만 간부들의 숙소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디서 자는지, 숙소 컨디션은 어떤지, 몇 명이서 생활하는지, 규칙은 무엇인지, 관리비는 내는지 등 여러 의문에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간부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중요한 것은 간부 숙소는 부대 규모나 근무지 여건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BOQ: 간부들을 위한 숙소

<그나마 현대식 BOQ 전경이다>

BOQ는 독신자 간부 숙소를 지칭하는 말로 Bachelor Officer Quarters의 줄임말이다. 위키 같은 곳에서는 장교숙소와 부사관숙소는 BOQ와 BEQ로 구분하시면 실제로는 BOQ로 통합해서 운영한다. 이유는 장교나 부사관이나 BOQ에 거주하는 이들은 다 초급간부라 굳이 숙소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괜스레 구분한다고 따로 건물을 만들고 운영할 인력도 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초급간부들한테는 장교숙소와 부사관숙소를 구분하는 것은 관심사항에 들지도 못한다. 그들에게는 'BOQ가 영내에 있느냐 영외에 있느냐'와 '방을 몇 명이서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통 독신자 숙소는 영내에 있다. 쉽게 말하면 부대 울타리 안에 있다는 소리다. 세상 사는 모든 게 장단점이 있지만 부대 안에 숙소는 장점보다는 담점이 크다.


몇 안 되는 장점을 꺼내 보면 출퇴근 시간이 거의 안 걸리다는 것과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어서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 말고는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에 반해 단점은 언제든지 부르면 출근이 될 수 있는 상황과 수시로 당직 근무하는 지휘관이 들려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부대를 드나드는 시각이 위병소에 모두 체크되는 점, 밤에 야식 같은 것을 시켜먹기가 힘든 일 등등 불편한 것 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대에서 영내 BOQ밖에 없다면 감내하고 살 수밖에 없다. 영내 BOQ 자리마저 부족한 경우엔 일반 병사 생활관에서 함께 숙식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영외 BOQ는 앞선 단점이 모두 장점으로 바뀐다. 부대 밖에 있다 보니 나름 출입이 자유롭고, 근무가 끝나고 부대 밖에 나서는 '퇴근'이 확실하며, 당직근무자가 갑자기 들이닥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BOQ 청소 불량에 꽂힌 사람이 주말 낮 한가로운 시간에 불시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영외라고 해봤자 부대와의 거리는 걸어서 5분 이내로 출퇴근 시간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지도 않아서 당연히 모든 간부는 영외 BOQ를 선호한다. 군대에서 한정적인 재화를 만인이 원하는 경우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바로 짬과 계급이다. 

<열악한 시설의 BOQ도 많다, 결국엔 복불복이다/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영외 BOQ와 영내 BOQ가 모두 있다면 계급과 짬이 높은 사람 우선으로 영외 BOQ에 배정받고 초급간부들은 영내 BOQ에서 지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대에서도 초급간부가 사고 치는 일은 원치 않기 때문에 사고방지 차원에서도 내심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보통은 2인 1실 시스템인데 운이 좋은 경우 룸메이트가 오랜 기간 배정되지 않아서 1인 1실로 쓰는 경우도 있다. 대게 원룸 형태로  여건이 좋으면 화장실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게 아니면 공용화장실을 써야 한다.


BOQ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별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기/수도세도 없다. 전기나 수도세를 내지 않는 이유는 부대 공용 사용분에 더해지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세탁기나 건조기 같은 큰 가전은 공용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개인용 가전제품이라고 해봐야 컴퓨터고 많아 봤자 소형 TV나 냉장고가 전부라 사용량도 미미해서 개인분 전기요금을 계산하는 행정력과 비용이 더 들어가서 일수도 있다. 난방/온수도 부대 일정에 따라가기 때문에 겨울을 춥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대신 부대 난방 사각지대인 봄/가을은 좀 춥게 지내야 한군



군인아파트: 기혼 간부들을 위한 숙소

<일반적인 군인아파트 사진 / 출처:오마이뉴스>

부대에는 미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간부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장교들은 보통 2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이동하고 이동 범위도 전국적이다. 때로는 1년 전후로 부대 이동을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잠깐 있을 부임지에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부사관은 한 부대에 10년은 있기 때문에 부대 근처에 터 잡고 사는 경우가 많다.)


기혼자와 그 가족들은 작은 원룸 형태의 독신자 숙소에 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혼자를 위한 별도의 숙소가 제공된다. 이름하야 군인아파트. 보통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건물로 크기는 대체로 18~24평 사이다. 요즘처럼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때는 아파트를 준다는 것에 크게 놀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군인아파트는 80~9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많이 노후화되었다. 게다가 지내는 이들이 모두 주인이 아니고 2년 정도 있으면 떠나는 뜨내기라 관리 자체가 잘 되지 않아서 민간 아파트보다 더 컨디션이 좋지 않다. (2년 살고 나갈 집에 수백만 원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하는 사람은 없다.)


민간에서는 30년 된 아파트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지만 군인 아파트는 그럴 가능성도 없거니와 부대에서 나서서 뭔가 조치할 이유도 적다.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사는 사람들의 불편은 고려요소가 안된다. 어차피 2년 있으면 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지내는 사람도 "조금만 참지 뭐"하는 생각을 하고 운영하는 부서도 불만이 들어와도 어차피 나갈 시기가 정해진 사람들이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적다.


<운이 좋으면 이런 군인아파트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 출처: 조선일보>

가족들이 사는 곳을 정해서 집을 사고 본인은 기러기 생활을 하는 간부들이 많다. 2년마다 온 가족과 함께 이사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리는 특단의 조치라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군대에서 주거 환경 개선의 주요 대상은 병사들이고 간부들은 늘 뒷전이다. 물론 병사들의 주거 환경 개선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간부들의 주거 환경 개선 필요성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최근 군인아파트를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사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진하기 때문에 보다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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