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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영 Feb 28. 2021

<재수생 육아일기>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아이 어릴 때 사진 보기


  3년 전,

조카가 재수할 때  인강을 듣는다고 빌려갔던 아이패드를 이제야 돌려받았요.

둘째가 재수를 시작했으니 인강을 듣게 하려고 그러나 싶으시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그 패드 안에는 9년 전 폴란드 살 때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이 담겨 있거든요.

9년 전이면 우리 큰애가 중2, 작은 아이가 4학년 정도 됐겠네요.

아이패드 사진 폴더를 열자마자 9년 전의 기억이 고스란히 소환되더군요.

처음 폴란드로 떠나던 날 공항에서부터 돌아오기 전까지의 추억이 차근차근 순서대로 들어있었어요.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살짝 설레기도 했어요.

아이패드사고 처음 찍은 사진은 공항 의자에 앉아계신 친정 엄마 아빠의 모습이요.  조금 슬퍼 보이시네요.

이억만 리  먼 타국 땅으로 딸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얼굴이 그때 이러셨군요.


생각이 안 날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도 어디서 찍었는지, 그때 기분은 어땠는지, 날씨는 또 어땠는지 다 기억이 나요.

아이고, 9년 전인데 우리 식구들 엄청 촌스럽네요.

아이들도 이렇게 어렸구나.

큰 아이는  소위로 임관해 3개월 훈련이 끝나면 강원도로 내려가는데, 그 듬직한 아이가 9년 전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어요. 정말 애기네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훌쩍 커버린 게 아까울 지경이에요.


  두 녀석이 폴란드 가서 첫 생일에 찍어준 영상 속에는 엄마를 위한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이벤트도 있네요. 지금 봐도 감동적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엄마를 위한 이벤트를 참 많이 해주던 아이들이었어요. 눈길을 뚫고 퇴근하는 엄마를 위해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현관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었죠.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스케치북 이벤트 중이신 두 아드님>

어머,

우리 둘째 승제 좀 보세요.


"세상에, 승제 왜 이렇게 귀여워. 아니 저렇게 귀여운 아이였어. 목소리 뭐야. 완전 애기네."

"내가 좀 많이 귀엽긴 했네. 근데 엄마. 지금은 아란 얘긴가. 왜 말이 과거형이지?


 큰 아이랑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승제 진짜 귀엽단 소리를 한 백 번은 한 것 같아요. 큰 아이는 갑자기 승제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는 것 같다고.

고3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말썽꾸러기 우리 둘째.

언제 철이 드나 늘 보면 걱정되고 안심이 안되던 우리 승제.

공부란 테두리에 갇혀 모든 걸 성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는 걸 깜박 잊고 살았던 거 같아요.


  한참 사진을 보다 보니 영국 옥스퍼드에 갔을 때 승제가 혼자 찍은 영상이 있더라고요. 뭔가 하고 큰 아이랑 열어보고 정말 박장대소하고 빵 터졌어요.

   혼자 동영상을 찍으며 조잘조잘.  어찌나 웃기던지.

글쎄 우리 승제는 이미 9년 전에 다 계획이 있었더라고요.


"옥스퍼드에는 대학이 무지 많대.

아 난 나중에 학교는 옥스퍼드로 가려고.

음 그리고 결혼할 거면 영국 여자랑 할 거야. 영국 사람들 발음이 너무 맘에 들거든."


  우리 승제는 옥스퍼드 갈 애였는데,

이 좁은 한국에 붙들어 뒀으니 크게  잘못했네요.

 한국이 담기엔 너무 큰 아이였어요.ㅋㅋ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우리 식구들 모두 우울할 때마다 이 영상을 보기로 했답니다.

특히 우리 재수생님 속 썩 일 때 보면 특효약이 될 거 같아요.


  태어나 준 것만도 감사할 이유가 충분했던,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도 너무 고마운 일이란 걸 잊지 않도록...

혹시 아이가 미운 짓을 하면,

아이 어릴 때 사진 한 번 보는  추천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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