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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영 Apr 13. 2021

<재수생 육아일기> 인강과 태블릿, 그리고 봄

필요한 것 다 해주기

  독학 재수를 한다더니 아무래도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재수 학원에 등록을 하고....

특강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특강 신청도 하고....

그런데 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많은지....

"엄마, 아무래도 인강을 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부담되시죠?"

"인강? 필요해? 필요하면 해야지."

탐구 과목이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아 인강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아이 말에 단과만 신청을 해볼까 했더니...

상술이야 뭐야?

단과 신청을 하는 것보다 패키지로 신청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이 들어 결국 패키지 신청을 했답니다. 그나마 행히 지인 찬스로 30%할인을 을 수 있었어요. 수강신청을 하고 나니 당연스레 이번엔 과목마다 책을 사야만 하네요. 그래서  굴비엮듯이 주렁주렁 딸린 책을 주문했답니다. 그렇게 패키지 등록을 하고 교재 신청까지 하고 나니 없는 형편에 허리가 휩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애가 필요하다니 해줘야지.

"엄마, 감사해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한다니 그거면 됐다며 마음을 쓸어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네요... 또 필요한 게 남았지 모예요.

인강을 들으려면 태블릿이 있어야 한답니다. 학원에서 빌려 쓸 수는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서 필요할 때 대여받기가 쉽지 않다네요.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세상인건지,우리 아드님이 유난히 돈들게 공부를 하시는 건지 .

다른 엄마들한테 물어보니 대학가서도 필요하 사라고 네요. 맘 약한 에미또 뒤적뒤적 인터넷을 검색해 시원스럽지 못하게 카드 결제를 했습니다.

며칠 후 태블릿이 도착하고, 인강 책이 도착하고, 아드님은 기분 좋게 새벽밥을 먹고 학원으로 향했.


"엄마, 엄마, 완전 신세계! 진작 사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예요."

밤늦게 귀가한 아드님은 인강을 들으면서 태블릿으로 정리를 하니 아주 효과 만점이라고 신 합니다. 그리곤 태블릿을 보여주며 어떻게 쓰는지 설명을 해주는데...

전 반신반의하는 마음!

잘 모겠어요. 저렇게 하는 게 공부가 될걱정스럽더군요.사줘놓고는 또 하나마나한 걱정을  하고 있네요. 예전에 어디선가 서울대생들이 말하는 공부비법을 본 기억이 났거든요. 공책에 쓰고, 지우고, 밑줄 긋고 하면서 공부는 아날로그적으로 하는 게 남는다고 했던...

아차차 그렇지. 

우리 아드님은 서울대를 가 게 아니었지.


그러니 괜한 걱정하지말고 필요한 걸 사드렸으니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도록 또 믿어 봐야겠죠.

일단 도움이 된다 하니 돈 들인 보람은 있네요.


"학원에서 태블릿으로 공부한다고 펴놓고 딴 거 보고 그럼 안된다."

"다른 건 깔지도 못하고 그런 거 했다가는 태블릿 압수당하고 벌점 받아요."


압수, 벌점!

그런게 있다네요.

런 강제가 따르는 게 은근히 안심이 되는 거보면, '믿는다 믿는다' 말은 하면서도 솔직히 다 믿진 못하는가 봐요. 애도 눈치는 챘을 거예요. 그러니 엄마 안심시키려고 압수와 벌점 얘기를 꺼냈겠죠.

혹시 딴짓을 하더라도 맘 편한 딴짓은 아닐 거예요.


며칠 전 아들이 친구랑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내색을 안 해서 몰랐는데 엄청 마음이 쪼나 봐요.


"벌써 4월이야.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 할 건 많고 성적은 금방 안 오르고, 무섭다 무서워."


방에서 흘러나오는 아들 말에  마음서늘해지더라고요.

아들 녀석의 콧 속으로도 봄기운이 스멀스멀 들어 갈 텐데, 계절의 기운이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다가오나 봐요.  

  눈을 들어 세상을 봐도,

태블릿, 스마트 폰 세상을 들여다봐도,

20대의 아이들에겐 놀거리, 볼거리가 무궁무진할 텐데.... 하루 3분의 2를 그 좁은 학원에서 모든 것을 억누르면서 참고 견디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지네요.

지금이라도 당장,

"대학, 그까짓 게 뭐라고 다 때려치워.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해. 네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지."

라고 하고 싶은데, 그 말이 목에 걸려 안 나오네요.

아이의 행복한 미래가 대학에 달려 있는 건 아닌데,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행복의 퀄리티가 단 0.0001%만 달라질 수 있다면,

그 걸 위해 지금의 고통은 좀 참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부끄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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