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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Jun 25. 2023

영화관 알바에서 영화제작사 대표까지


"이 동생은 진짜 성격도 좋고 괜찮은 동생이야. "

"텃세도 안 부리고 편 가르기도 안하고 친해지면 진짜 좋아"


대학생 때 영화관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같이 일하는 다른 동생을 소개시켜주기 전에 한 말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동생이라일할 때 친하게 지내면 좋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 새로운 동생과 인사를 하고, 셋이서 알바를 마치고 같이 야식을 먹 했습니다.

자정이 훌쩍 넘긴 시간에 일이 끝나면 24시간 운영하는 근처 햄버거 가게에 갔습니다.

각자 다른 학교의 대학생들이었던 우리는 누군가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는 영화가 좋아서, 그곳에 모여 팝콘을 튀기고 바닥을 쓸고 설거지를 했고 끝나고는 피곤에 절어 햄버거를 먹고 집에 가곤 했습니다.


당시 그 영화관에는 많은 알바생들이 있었고 장기 근무자들 사이에는 편 가르기나 뒷담화도 있었는데, 그 동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뒷담화를 싫어하고 묵묵히 할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잘 웃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워낙 대형 영화관이었고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는 일이다 보니 함께 근무하는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끔 마주칠 때 일하는 모습에서 성격 좋고 괜찮은 동생이라던 친구의 칭찬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연히 그 동생의 최근 근황을 보게 되었는데 지금은 영화제작사 대표가 되어 있었습니다.


독립영화들 위주로 제작을 해오다 최근엔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상업영화도 제작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영화를 기획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연출과 캐스팅을 확정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 친구의 모습은 팝콘과 콜라를 팔고, 영화과 끝난 상영관에서 관객들이 퇴장할 수 있게 문을 열고 쓰레기들을 치우는 모습이었는데,

현재 영화제작사 대표라고 하니 그 변화의 간극이 커서 놀라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본 친척 조카를 성인이 되어서 만나면 마지막 모습과 현재 모습의 격차 때문에 반갑게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구의 경우에도 그때의 마지막 모습과 현재 모습의 차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 동생이 영화관에서 어진 팝콘을 열심히 쓸던 때에서 현재의 영화제작사 대표가 되기까지 어떤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수한 시행착오들 속에서도 영화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갔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영화일이 좋아서, 막연히 영화관 알바부터 시작해 본 그 친구의 마음이 대학생다웠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일을 향해 긴 시간 동안 도전하고 부딪혀 꿈을 향해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는 각자 눈빛을 반짝반짝 게 만드는 꿈들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지만 여러 문제들에 부딪혀 그 꿈들 좌절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좇다 보면 그 일을 하지 않아야 이유가 수만 가지 생겨나고 그 일과는 다른 또 다른 길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게 됩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그 꿈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포기하기도 하고, 내 적성과는 맞지 않아 도저히 그 일을 오랫동안 버티면서 할 자신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꿋꿋이 해내는 것은 긴 시간 동안 무수한 마음의 갈등과 수많은 장애물들을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일이 좋아 영화관에서 팝콘을 튀기고 바닥을 쓸던 동생이 이제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 대표라는 소식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그런 갈등을 묵묵히 이겨내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마 성격 좋고 인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동생이라던 주위의 칭찬들이 지금의 모습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알바생들이 우르르 팀을 이뤄 일하던 그 절 영화관 무인화가 정착되어 알바생이 보이지 않 현재 영화관 사이의 괴리감만큼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왔고 그때의 청춘들은 각자의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책으로 본다면 각자 살아온 과정은 하나의 스토리가 됩니다.

나의 인생을 현재까지 훑어보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일관성 없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고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화려한 이야기를 쓰려는 마음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이야기로 보여지길 원하는 마음 있습니다.

 

나의 다음 챕터는 어떤 이야기가 씌어지고 어떤 소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영화제작사 대표가 된 그 동생 흐뭇한 이야기처럼 나도 롭고 흐뭇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면 좋겠다는 바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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