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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Feb 25. 2024

나의 이색 여행지 (1) 이탈리아 마테라 2

이탈리아, 마테라


거리로 나왔다. 모든 집들은 동굴에 만들어져 있어 겉으로 드라는 곳이 많지 않다. 길도 벽도 모두 돌이다. 잘벽위에 있는 도시답게 길은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한쪽은 동굴 집들이고, 나머지 한 쪽은 절벽이다. 절벽 쪽의 얕은 담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시야를 맑게 해 준다.


풍경을 보며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새 어둠이 내려 앉았고, 그에 맞춰 곳곳에 오렌지 색 등이 밝혀진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호텔에서 추천 받은 2개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격식을 차리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 그런 분위기이니 만큼 가격도 비쌌다. 돌아 나왔다. 두 번째 레스토랑 'francesca'은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이미 사람이 북적거렸다. 안쪽 자리가 더 좋아보였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서 입구에 가까운 자리에 안내받았다. 아쉽지만 예약을 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호텔에서 추천한 맛집이라서인지, 장거리 운전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 하루여서인지, 마테라의 분위기에 취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비스도 일품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와인도 물론 좋았다.


밖으로 나오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동굴 집마다 불이 밝혀져 있다. 은은하게 비추는 오렌지빛 조명은 돌 속에 숨어 있는 동굴집들과 잘 어울렸다. 야경은 더할 나위 없었다. 마테라에서는 야경을 꼭 봐야한다고 하더니 사실이다. 마테라의 야경은 홍콩 같은 빌딩의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 찬 도시의 야경과는 달랐다. 부다페스트 처럼 유명  건물에 조명을 쏘아서 만든 멋진 야경과도 달랐다. 시끌벅적함은 찾아보기 어렵고 조용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싼다. 너무 밝지 않은 조명이 길을 비추고 깜깜한 하늘은 별이 가득 차 있다. 세련됨 보다는 촌스러움이,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다. 어둠 속에 묻힌 조용한 마을의 거리를 걷는 이 시간이 계속 되길 바란다.






아침이 밝았다. 서둘러 조식을 위해 동굴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머문 동굴 방 보다는 조금 덜 동굴 같아 보이는 장소였는데,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기회를 틈타 이곳 저곳 구경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없는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상을 찍을 생각을 못했던 것도 또 하나의 아쉬움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와는 다른 활기찬 분위기다. 일반적은 호텔 조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동굴 속에서의 식사라는 독특함이 맛을 배가 시켰다.



날씨가 좋았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파란 하늘이 시야에 가득 찬 맑은 날이었다. 평소라면 골목길을 걸어 다녔을텐데, 강렬한 햇빛에 더해 경사가 있는 지형이라서, 이번에는 미니 택시를 탔다. 흥정을 할 때 말을 잘 못알아 듣는 바람에 내가 들었다고 생각한 금액과 다른 비싼 요금을 지불하게 되었지만, (가이드가 말을 바꾼 걸 지도)  결과적으로 미니 택시를 선택한 것은 잘 한 결정이었다. 미니 택시의 코스를 걸어서 올라갔다면  더위에 지쳐서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달리는 택시에 앉아서 걸어오지 않기를 잘했다고 나 자신을 칭찬했다.





미니 택시는 돌길을 이리저리 잘 헤쳐나가면서 위로 올라갔다. 구시가지의 여러 장소들을 돌아보고 이어서 신시가지로 향했다.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서 신시가지가 나왔는데, 신시가지의 느낌은 지금 껏 본 아래쪽의 동굴 집들과는 또 달랐다. 노천카페가 길 따라 자리잡고 있었고, 조용한 아랫마을과는 달리 더 활발한 풍경이었다. 여느 휴향 도시의 느낌이었다. 시간이 있다면 여기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돌아봤을텐데, 이미 마테라를 떠날 시간이 되어 버렸다. 위쪽에 이런 신시가지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시간이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언젠가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ps.

마테라에서는 최소한 1박이라도 해야 한다. 잠시 들려서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다. 마테라의 밤도 느껴봐야 한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밤을 느껴보지 못한다면 마테라의 절반은 보지 못한 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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