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화 미술 동아리
ㅡ저의 멘토가 되어 주세요!
지난 겨울 무렵이던가, 겨우 안면만 트고 지내던 사이였던 분이 작업실로 찾아와 뱉어낸 첫마디에 적잖이 당황했다.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무슨 멘토란 말인가! 누가 들으면 실소를 금치 못할 듯했다. 자격도 능력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여리고 곱상한 외모와 달리 예고 중퇴 후 그 험한 러시아 땅으로 혈혈단신 건너가 공연 예술대학의 박사 학위까지 따냈다는 이 억척스럽고 기센(?) 언니를 나 같은 백면서생이 어찌 감당이나 하겠나 싶었다. 하지만 나름 어려운 결심을 하고 찾아온 이의 결기어린 목소리나 눈빛은 다소 간절해보였다. 오랜 세월 타국을 떠돌다 고국에 돌아왔으나 낯선 이방인이 되어 스스로의 동굴에 갖힌 자의 절박한 비명처럼 들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테니 구명정은 못되더라도 지푸라기쯤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ㅡ 뭐 멘토까지는 모르겠구요. 어차피 대학로 나오실 일이 많으실 테니 오갈 데 없을 땐 그냥 오세요. 차 한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나 나눈다면 말상대는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작업실에 오게 된 뒤로, 어느 날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고 했던가. 어차피 작업실에 구비되어 있으니 그림 장난이나 치라고 연필과 스케치북 물감 등을 내주었다.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한번도 붓을 잡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필선이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이 매우 어설펐다. 그러면 뭐 어따랴 싶었다. 어차피 붓 장난, 물감 장난인걸!
그런데 놀라운 일이다. 점점 그림에 재미를 붙여가더니 아예 집에 물감과 붓 등의 화구를 구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열의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너무 열심이라 가르치는 내가 후달릴 정도였다. 그렇게 은지화 입문 과정의 커리큘럼 ㅡ선 그리기부터 시작해 각종 드로잉 기법, 몽타쥬, 패러디, 오마주, 캐릭터, 젠탱글, 감필법, 보테로와 피카소 따라잡기 등의 과정을 단 몇 개월만에 마치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내친 김에 은지화 작가 과정까지 들어갈 기세다. 맹자삼락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인데 천하의 영재인지는 모르겠으나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이면엔 열의와 꾸주한 근성이 한몫을 한다. 강습 때 불쑥 던진 말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고 메모를 한 뒤 집에 가사 찾아보고 복습한다. 그 덕분인지 괄목상대라 할 정도로 작품력이 일취월장이다. 어눌해 보이지만 허를 찌르는 엉뚱한 발상과 독특한 구성력으로 화면에 조형미를 창출하여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묘한 마력이 있다.
이대로 역량을 키워간다면 머지 않아 나를 능가할 만한 작품력을 선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청출어람이라 하지 않던가. 쪽빛은 쪽풀에서 나왔으나 쪽풀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변한 것이지만 물보다 더 차가운 법이다. 누군가를 가르쳐서 내가 그 사람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내가 은지화 무료 강습을 하면서 온갖 비법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 은지화 입문 커리큘럼이 궁금하시다면 댓글란을 참고하시길^^)
https://cafe.naver.com/eunjihwa
#은지화 #어울림그림마당 #취미그림 #취미미술 #동호회 #동아리 #미술동호회 #그림동호회 #그림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