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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소멸

은지화 작품

by 그림 자객

엘리엇의 <황무지> 첫장에 쿠마의 무녀 이야기가 나온다. 영생을 달라는 무녀의 신탁을 신은 허락한다. 절세의 미모를 가진 무녀는 크게 기뻐하지만 한가지 크나큰 실수를 했다. 영원한 젊음을 달라는 신탁을 빼먹은 것이다.

세월이 갈수록 늙어 쪼그라든 무녀는 흉한 몰골이 부끄러워 작은 항아리 속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짖궂은 아이들이 막대기로 항아라를 두드리며 말한다,

ㅡ 무녀야, 무녀야, 넌 무얼 하고 싶니?

ㅡ 난 죽고 싶어!

죽음의 갈망. 불교적으로 말하면 죽음은 육신의 고(苦)를 벗는 것이고,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일이다.

어머니가 중환자실로 갈 무렵 시작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제목은 <기억의 소멸>이다. '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실체는 기억의 덩어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기억의 축적이 삶의 여정이라면 죽음은 기억의 소멸이다. 살아있는 동안 그대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고 영롱한 추억이 가득하기를ᆢ!


● <기억의 소멸> - 호일아트(은지화), 90.9x72.7cm ~ 쿠킹 호일에 한지를 배접한 다음 다양한 독자적 기법을 써서 그린 작품.


https://cafe.naver.com/eunji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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