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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Jun 06. 2024

준공사진 찍는 날 -part 2

건축가의 글쓰기

작업이 작품으로 되는 과정     


사진가가 있어야 설계 ’ 작업’이 설계 ’ 작품’으로 승화된다. 나는 전적으로 사진가를 믿고, 사진작가가 발견하는 해로운 모습을 늘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물은 당연히 감동이다. 완성된 사진을 받아보면 감탄사가 길게 나온다. 긴-탄식이 아니라 긴-감탄이다.  그 사진을 보는 나도 건축주도 크게 놀란다. 내가 만들었고, 건축주가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사진은 사진만의 작품으로 남는다. 이런 장면을 건축주에게도 선물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준공사진은 여러모로 웨딩 사진 같은 효과가 있다. 


준공사진은 멋지고, 이상적인 모습라면,  입주를 하고 사람이 살게 되면 사진처럼 완벽한 장면을 쉽게 보기 어렵다는 점도 그렇다. 살림이 들어와 있고, 물건은 늘어나며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상주하는 메이드가 있는 재벌집이 아닌 이상, 매일 완벽한 세팅으로 청소를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조금은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고, 빨래도 널려있어도 흉하지 않고 편안하며 정이 가는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누구든 집에서는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누그러진 몸과 마음으로 쉬는 게 집의 역할이다.  그러다 문득 거실 복도의 큰 벽에 자리 잡은 웨딩 사진을 보며 ‘우리에게 이렇게 완벽한 시기가 있었어. 꾸미면 바로 금방 저렇게 되지’라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웨딩사진.       


건축주가 이사 후에 사람이 살면 공간은 활력을 가지고 생기가 있다. 

삶을 풀어놓고 지내면 대가가 설계한 집이든 집장사가 지은 집이든 여느 살림 집과 비슷해진다. 우리 아빠가 대학교 총장이든 평범한 셀러리 맨이든 집에 오면 그저 아빠로 돌아오는 것처럼, 일상의 삶에는 희한한 힘이 있다. 권위와 수식어를 내려놓고 삶의 본질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때의 삶은 사진처럼 완벽한 순간이 아니라 편안함과 자신에게 잘 맞는가 아닌가 좌우를 한다. 


정교하게 잘 설계된 집은 삶을 풀어놓아도 신경에 짜증나지 않고, 고생해서 치우고 꾸미지 않아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평범한 순간을 건축주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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