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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23 술이 부르는 허기

윤금주씨의 백일금주

by 윤소장

술을 마시면 이상하게 허기가 진다.

평소 같으면 한 접시로 충분할 음식이 자꾸만 모자라다. 치킨은 끝없이 뜯게 되고, 라면 국물은 국자로 퍼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술이 들어간 순간, 위장은 마치 블랙홀처럼 변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술은 몸속의 혈당을 흔든다.

평소에는 연료 게이지가 꽉 차 있던 차가 술 한 모금에 갑자기 ‘기름 부족’ 경고등을 켠다. 그러면 뇌는 허겁지겁 주유소를 찾듯 “뭐든 먹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결국 우리는 과자든 삼겹살이든 눈앞에 보이는 걸 마구 채워 넣는다.

거기에 술은 식욕 브레이크도 풀어버린다. 평소엔 포만감을 알려주는 신호가 있어서 “그만 먹자” 하는데, 술을 마시면 그 신호등이 고장 난다. 배부른데도 계속 들어가고, 심지어 기름지고 짭짤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술이 음식에 조명을 쏴주니, 그냥 보통 반찬도 미슐랭급으로 보이는 셈이다.

윤금주씨가 되어 술을 끊고나니 확실히 알겠다. 이제는 밥 한 공기, 반찬 몇 가지면 충분하다.

예전 같으면 두세 접시씩 비우던 게, 이제는 딱 1인분에서 멈춘다. 덕분에 속도 편하고, 냉장고도 한결 넉넉하다.

결국 술을 안 마시니, 야식 배달비 대신 저축이 늘고, 몸무게 대신 자존감이 늘었다.

이제 술 없는 저녁상은 조용하지만, 적어도 치킨 뼈 무덤은 안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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