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백일금주
오늘의 술 : 한잔와인
야외갈때나 모임엣 가볍게 준비하기 좋은 와인. 병와인을 종이컵에 마시는것보다 백배 낫다.
한잔만~에 어울리기도하고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은 “한입만~” 하는 사람이다.
저녁에 라면을 끓일 때 “너도 먹을 거면 지금 말해, 두 개 끓일게” 하면, 꼭 “아니, 나는 안 먹어”라고 하던 동생(혹은 언니·형·누나)이 있었다. 막상 라면이 끓자마자 “한입만~” 하고 달려들어 후루룩, 반은 먹어치우는 그 사람. 아니, 사실 그게 바로 나였다.
한입만은 결코 한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속고 또 속으면서 매번 한입을 내어줬을까? 어쩌면 기꺼이 당해준 걸지도 모른다. 술도 마찬가지다. “한 잔만”이라는 건 없다. 그래서 금주를 결심한 지금, “한두 잔만 마셔”라는 충고는 귀담아들을 수 없다. 한 잔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금주는 ‘한입만’의 교훈이다.
하지만 ‘한입만’은 다른 얼굴로 다가올 때도 있다. 미뤄두던 일을 시작할 때다. 컴퓨터는 켜기만 하자, 설거지는 컵 하나만 씻어보자, 글은 키워드만 적어두자—이런 식으로 ‘한조각만’ 시작하는 것이다. 막상 책상 앞에 앉아 키워드만 써도 좋고, 생각보다 할 만해 초안까지 술술 쓰게 된다. 초안은 언제든 고칠 수 있으니 마음이 가볍고, 그만큼 잘 써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시간이 없어 미루려던 일도 그냥 다 해버리곤 한다. 라면 한입만 하려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듯이.
오늘도 설거지는 시작만 하려다 결국 행주 소독까지 해서 말끔히 마쳤다. ‘한입만’은 미운 버릇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 최면이 되어 일을 시작하게 해주는 작은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술은 다르다. ‘한 잔만’은 결국 밑 빠진 독처럼 이어질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단호히 멈추고, 대신 하루의 기록을 채운다. 오늘의 나는 “한입만”으로 시작했지만, “금주26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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