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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28 안전기지의 역설

윤금주씨의 백일금주

by 윤소장

낯선 환경에 들어서면 누구나 긴장한다. 초보 운전자가 더 조심해서 신호를 두 번 확인하고, 차선 변경할 때 괜히 깜빡이를 오래 켜는 것처럼. 오히려 사고는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 터진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처음 백일백장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라도 빼먹을까 봐 긴장하며 매일 썼다. 그런데 글쓰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안정감을 찾으니, 그때부터가 오히려 위험하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고 한 번 빼먹기 쉬운 순간이 바로 그때다.

풍성하고 만족스럽고 걱정 없는 때일수록 루틴을 잃어버리기 쉽다. 안전기지는 안심을 주지만, 방심도 불러온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작은 긴장을 유지하려 한다. 완벽한 글을 쓰지 않아도 좋다. 오늘도 키워드 한 줄만 적어두자, 하다 보면 어느새 초안이 나와 있다. 라면 한입만 하려다 밥까지 말아먹는 것처럼, 글쓰기도 시작만 하면 슬슬 손이 풀린다. “한 입만”은 미운 버릇일 수도 있지만, "한줄만"은 글쓰기에서는 제법 쓸 만한 자기 최면이다.

결국 중요한 건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경기한후 모두다 승리감에 젖을 때 혼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모두가 환호할 때, 그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루틴은 그럴 때 빛난다. 조던처럼 내가 매일의 글쓰기에 몰래 연습을 보탤 수 있다면, 백일백장은 그냥 안전기지가 아니라 비밀 훈련장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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