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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경험은 설계에 녹아든다

건축가의 공간읽기

by 윤소장

책으로 되살아나는 인연2-창작자의 경험은 창조물의 세계에 녹아든다


많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을 때, 아끼는 사람이나 지인의 이름을 넣는단다. 이름에도 의미가 있음으로 일부러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보는 토일 드라마 ‘태풍상사’의 고마진 과장은 마진 -즉 이윤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작가가 지었음을 추측된다.


책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영광이 내게도 있었다. 초등학교때 아빠가 책을 교과서를 집필하셨는데 그 중에 내이름을 쏙 넣었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고, 나를 지목해서 일어나서 그 부분을 읽게 시켰다. 뭔지 모르게 의기양양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저 우연히 ‘주연’이라는 이름이 등장인물의 이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우주를 짓다>를 쓸 때, “번외의 소망3-주택 이름 짓기(공간의 성격을 짓는 마지막 설계 당호짓기)” 편에 나오는 아이 태명을 예로들며 이 꼬물이나 꿀빵이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 중 ‘꿀빵이’는 지인 유희왕 - 유희재 소장의 아들의 태명이었다. 통영에 놀러갔을 때 생긴 아이라서 그랬다는 설명.


그렇게 책을 쓰면서 이름을 직접적으로 주변의 사례를 써본 적은 처음이기에, 유희왕 희재가 책을 샀다는 인증샷을 보내왔을 때 ‘거기에 네 아들 이름있어 찾아봐’라고 넌지시 얘기했다.

이렇게 책 얘기를 할 때 상대와 연결된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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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여섯 번째 소망: 피아노 레슨을 할 수 있는 집”의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집을 쓸 때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의 집을 떠올리며 썼는데, 그때 아파트 방 하나를 다 차지하는 그랜드 피아노의 존재감이 아주 인상깊었던 것이 오래 남아있었다. 특히 계란판이라는 스펀지를 시공을 보고 ‘우아~ 이런게 있구나’ 처음 경험한 흡음시설이었다. 다른 지인 중 음대입시준비생은 그랜드 피아노가 방을 차지해서 피아노 밑에서 이불 펴고 잔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일반인의 집에 그랜드 피아노를 두는 것은 상당히 골치 아플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랜드 피아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면서 설계를 했고 그 에피소드가 책에 깊게 녹아 든 것이다.



작가는 결국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글로 되살리는 사람이다.

건축가도 마찬가지다.

몸으로 보고, 마음으로 겪은 만큼 설계의 깊이는 넓어진다.

경험이 쌓일수록 창작의 영역도 확장되고, 이해의 결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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