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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권 Jan 15. 2019

하우스 오브 카드 (2014)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쇼

2014년 2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3이 처음 Netflix를 통해 풀리던 날에 나는 다행히 뉴욕에 있었다.

내 영화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시점에 샷리스트 정리차 간 스타벅스에서 모카를 시켜놓고 플레이버튼을 

누르자마자 OMG 멈출수 없음.

톰 포드의 빈틈없는 슈트같이 이 단단하고 멋있는 티비쇼는 역시 명불허전.

올드한 영국 오리지널 버전의 반죽을 미국답게 과감하게 구부리고 더 반질 반질하게 요리조리 주무르자 좌우상하가 완벽히 대칭이 되는 케빈 스페이시 부조가 완성이 되었다.

Welcome to House of cards. 

첫 시즌, 첫 번째 장면, 프랭크 언더우드가 개 목을 비틀고 카메라를 보면서 대사를 할 때,

그때부터 이건 뭐 게임 끝.

영화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How to start your film big 101 (영화를 기가 막히게 시작하는 법, 기초편) " 

같은 클래스에서 보고 배울만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동네 개를 치고 달아났다.

개가 고통에 낑낑거리며 죽어가는 걸 본 프랭크, 개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There are two kinds of pain. <세상엔 두가지 고통이 존재하지>

Sort of pain makes you strong or useless pain so the pain is only suffering.

<너를 더 강하게 하는 고통 또는 쓸데없이 그저 아프기만 한 고통>

I have no patience for useless things.

<난 쓸모없는 것들엔 당췌 인내심이 없어>

The moment like this requires a little act, do unpleasant thing and necessary thing."

<이런 순간엔 말야, 불쾌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행동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프랭크, 개 모가지를 눈하나 깜짝 안하고 비틀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본다.

“There, no more pain." < 봐, 고통은 이제 없어>


어떻게 첫씬부터 장악하고 들어가는지 보고 싶어? 가소롭다는듯 손가락 하나로 영화드라마의 마술을 부린다.

이 악마같은 인물의 본성을 처음부터  “퍽!!!“, 

펀치를 날리듯 보여주고곤 시즌이 끝날까지 눈을 못 떼게 만드는 무비매직.

이 프랭크라는 인물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그런 핏불 테리어같은 강인함에 세계 체스 챔피언들만이 할수 있다는 몇수를 미리보는 

계산이 가능한 명석한 두뇌,

거기에 주위의 사람들을 적재적소 절묘한 타이밍에 구워삶아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이용할수 있는 카리스마,

이익추구에 불가항력적으로 따라붙는 도덕성결여 쯤은 잔디밭 위 몇몇의 개미들 보듯 간단히 즈려밟고 

갈수 있는 담력.

정말 이 인물에겐 Nothing is impossible이자 Impossible is nothing이다.

지구상에 탑 오브 탑, 최고중에 최고로 올라갈수 있는 자리는 뭘까.

그렇다. 최강대국인 미국, 그 국가의 최고 수장, 대통령이다.

시즌 3는 프랭크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를 다룬다.

시즌 1, 2는 이 극악무도 Getting-things-done 슈퍼맨이 크고작은 적들을 꼬챙이에 꽂아서, 눈을 후려파서, 끓는 물에 천천히 삶아서, 급소를 날라차기 해서 (비유적인 표현이다, 쇼를 봐라) 하나씩 처리해가며 그의 목표에 가깝게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로 봤는데 이젠 먹이사슬 맨 꼭대기의 대통령이라 모든 좋은 드라마가 가진, 극적 서스펜스를 올릴 conflict, 즉 이 강력한 인물과 이해상충되는 구도를 만들 만한 굵직한 인물들이 모두 다 

시시해 보인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진거다. (영환 항상 좋은놈과 나쁜놈이 막상막하로 싸워줘야 돼) 

더 이상 밟고 올라갈때가 없어서. 

시즌 3에서 반대 그룹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러시아대통령, 차기대선주자인 해더 던바, 그리고 내부마찰을 서서히 일으키는 영부인, 클레어 등이다.

이중 사법부 출신, 신념이 투철한 강단있는 해더 던바의 캐릭터는 이 ‘악마’ 가 이끄는 미국정부를 그에 반대에 맞서 정의롭게 이끌어갈 만한 내공의 인물처럼 보인다. 굉장히 매력적이다.


특히, 바람부는 주차장에서 또 다른 대선후보인 재키 샤프를 만나는 씬,

프랭크vs해더, 그리고 재키. 2강 1중의 구도에서 재키는 말한다. 

“내 14% 지지율이 너희 둘중 하나에게 굉장히 쉬운 승리를 가져다 줄거다.

프랭크는 부통령자리를 제안했지만 나에게 국방장관자리를 약속한다면 나는 너를 지원하는 데 더 관심있다. 

다른 자리도 고려는 할수 있다“ 

라고 재키는 해더에게 단일화를 제안한다.

하지만 해더의 대답은 

“I would love your support Jackie but I offer you nothing." 

<네가 지지해준다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거야 근데 나는 니가 말한 그런 자리, 난 못줘."

"I am not gonna start selling off cabinet positions before I've won the white house." 

<내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장관자리를 그렇게 물건팔듯 팔진 않을거야>


멋있다. 

누구나 쉽게하는 타협을 거부하고 철저히 공정한 게임을 원하는 이 여자.

많은 순진한 관객들은 이 정의사도가 미국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Come on now. 그렇게 되겠냐?

하우스 오브 카드 4가 나오고 5가 나올려면 다음 대선에서 프랭크가 이겨 백악관에 남아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난 이 쇼의 엄청난 팬으로써 갑자기 넥플릭스가 쇼의 세팅을 미국이 아닌 러시아로 바꾸고 푸틴처럼 몇십년씩 장기집권 해먹는 걸 보여주면서 시즌 23까지 만들어 줘도 박수 치며 볼꺼다.

암튼 결과가 있는 싸움을 긴장감 있게 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레이첼 죽이는걸 마치 젤 맛있는 참치뱃살 초밥을 맨 마지막에 먹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어가며 아껴둘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누가 이 캐릭터 따위에 신경이나 썼을까.

이 쇼는 프랭크와 클레어 이 두 남자,여자 악마들이 이끌어가는 무대다.

시즌 2가 시작하자마자 프랭크가 banging 하던 신문기자 조이를 첫 에피소드에서부터 달리는 전철에 밀어 넣고 죽이는건 얼마나 깔끔하고 신선했나.

그걸 또 시즌 3에 써먹는게 눈치보이고 이 레이첼을 끝장봐야하는 당사자 Doug이라는 캐릭터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였다면 한 에피소드 3, 4정도에 망치를 들고 절뚝거리며 쫓아가는 한이 있어도 끝을 내야 했다. 

케빈 스페이시의 퍼진 몸만큼 퍼지고 덜 짱짱한 시즌 3에도 주옥같은 부분은 여러개 있었다.

클레어가 프랭크의 대선캠페인 지원 중 헌혈하는 장면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남편의 재선을 위해 피(헌신, 노력) 를 빼고 있고 몸에서 피가 점점 빠져 나가는 동시에 그녀는 점점 정신( 자아, 욕망, 야먕) 을 잃어간다라는 좋은 비유, METAPHOR이자 둘의 관계의 다른 국면을 암시하는 좋은 씬이였다.

그리고 프랭크가 연설하고 있는 캠페인장과 클레어가 있는 백악관이 교차편집되며 

캠페인장의 사람들의 환호성이 클레어가 더블 도어를 탁 하고 닫는 동시에 오디오 아웃이 되는 장면은, 

와 그래 좋아. 


“I am leaving you."

클레어는 프랭크를 떠난다고 말한다.

나는 왜 클레어 캐릭터에 자꾸 힐러리 클린턴이 오버랩이 되는 걸까. 


PS- 시즌 3가 나온지 얼마 안됐을때 쓴글, 지금은 종영된 쇼이지만 요즘 최 잘나가는 넷플릭스를 거의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공을 세운 드라마. 안봤다면 꼭 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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