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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호스트 김형수 Mar 05. 2019

쇼호스트의 말하기 7

-  TV 밖 고객을 만난 쇼호스트

예약고객을 기다리며 한 컷

맞춤 정장 샵을 5년간 운영 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직업이라 가만히 몸을 놔두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창업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어떤 게 좋을까.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업종을 골라 보았다.

 

1. 내가 좋아하는 것

2. 누구나 쉽게 창업하지 못하는 것.

3. 재고 부담이 없어야 할 것.

4. 매장에 내가 없어도 운영이 될 만한 것.

5. 창업비용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것. 


이에 부합하는 일이 맞춤정장 업이었기 때문에 몇 달의 고민을 거쳐 창업을 시작했다. 몇 주간의 기술 교육을 거치는 동안 맞춤정장 사업은 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설득해서 내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광고, 홍보를 보고 매장을 찾은 손님은 인근의 매장들 가운데서 두세 군데는 기본으로 살피고 오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쇼호스트로 일하는 동안 쌓은 노하우를 오프라인 대면 고객에게 적용해 본 사람이다. 이런 경험을 해본 쇼호스트, 세일즈 전문가는 별로 없을 것이다. 10명이 매장에 방문하면 그중에 7~8분은 내 손님으로 만들었다. 많게는 하루 1000만 원 적게는 하루 수십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너 군데 매장을 돌아보는 사람들을 업계에서는 투어 고객이라고 부른다. 내 매장이 있던 지역에는 7~8곳의 맞춤정장 매장이 있다. 나름 엄선해서 서너 곳의 매장을 둘러볼 계획을 가진 투어 고객들을 어떻게 나는 내 손님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지금의 오더 메이드 시스템이 일반화하기 전, 비스포크 방식을 고집하는 테일러들이 양복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버지들의 옷을 맞춰주던 시절만 해도 원단값, 공임 등의 정보가 소비자들에게는 없으니 수배의 차익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각종 웨딩 정보 사이트, 패션 사이트 등에 수많은 브랜드의 맞춤 정장 가격이 원단별로 나와있고, 서비스는 어떤지도 공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을 설득해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투어 고객의 70% 이상을 내 고객으로 만들었다.

쇼호스트니까 '말발'이 세서 그런가? 그러면, 그 말발의 비결은 무엇이고,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손님을 만드는 비결은 다른 매장과의 차별


1. 상품을 정확하게 알아야 잘 팔 수 있

투어를 하고서 다시 내 매장에 오게 된 손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장님처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둘러봤는데 여기처럼 해주시는 곳이 없어요."


이런 칭찬을 듣는 이유는 현란한 말재주로 고객을 현혹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나는 두세 곳은 둘러볼 거야 라고 마음먹은 고객들은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떤 용도의 정장을 맞출 것인지 묻는다. 나이를 살펴본다. 젊은 층에게 기 백만 원 하는 원단의 맞춤 정장은 권하지 않고, 중장년 층에게 2~30만 원 대의 정장은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용도에 적합한 원단 두세 개를 펼쳐 놓는다. a원단의 장단점, b원단의 장단점, c원단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내가 권하는 이유를 부연한다. 원단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원단은 울이 80%, 폴리에스터가 20%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B원단에 비해 폴리 혼용률이 높다 보니 구김이 적고, 상대적으로 튼튼합니다. {원단을 손으로 힘껏 쥐었다가 편다} 보셨죠? 구김이 적으니까, 앉아서 근무하거나, 회식이 많아서 오늘 입혔는데 저녁때 돌아오면 바지 구김이 많이 가있는 직장인 분들께 좋습니다. 특히, 저처럼 덤벙거리는 스타일들은 음료도 자주 쏟고, 어디에 걸려서 찢기는 경우도 있으니 이왕이면 이렇게 튼튼하면서 실용적인 원단이 좋죠. 근데, 단점은 울 100% 원단으로 만든 것에 비해서 똑같은 부자재와 디자인으로 만들어도 다소 무겁고, 어느 정도 입다 보면 엉덩이나 허벅지 부분에 광이 반질반질하게 나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좀 조심스럽네요. 대신 가격이 울 100%의 정장에 비해 월씬 저렴하니까, 험하게 입는 분이라면 바지 한 벌을 더 하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울 100% 원단으로 정장 한 벌 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니까요.


다른 매장에 갔다 돌아온 고객들이 또 얘기해 주는 바는 이렇다.

"어딜 갔더니... 그냥 70만 원. 100만 원짜리가 좋대요. 결혼식 예복으로는 보통 이런 거 입는다고 그중에서 하래네요. 서비스 뭐 준다고만 하고...."


신랑의 예복을, 비즈니스 정장을 맞추는 일은 고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디서 맞춰야 핏이 예쁠까? 어디서 맞춰야 믿을 수 있을까? 등등.

상품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뿌듯했다.


2. 비교 우위를 강조한다

내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내 상품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경쟁 매장의 상품은 가격이나 서비스 수준이 어떠한 지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쇼호스트로 일하면서 습관이 된 것이기도 한데, 고관여 상품을 세일즈 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타 상품이나 서비스와의 '비교'이다.


결혼식 때 이 원단으로 정장을 맞추시면 정장 한 벌에,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드리고, 턱시도 대여 등이 다 포함되면서 이 가격입니다.  어떤 브랜드 매장은 가격이랑 구성이 비슷해 보여도, 안감 업그레이드 비용도 별도에, 부가세도 별도이니까 실제적으론 가격 차이가 꽤 나죠. 눈에 보이는 가격은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더 커지기 십상이니 한번 들러 보시고 비교해 보세요.
 


백화점 A 브랜드에서는 이 원단으로 만든 정장이 100만원이 넘습니다. 고객님 같은 경우는 키는 작으신 편이지만, 체구가 좋으셔서 아마 105사이즈 정도를 입으셔야 할 텐데, 105를 입으면 가슴은  맞아도 소매와 배부분이 안맞아 수선하는 경우가 많으실 거에요. 비용은 그렇더라도 새 옷을 수선하는 건 찝찝하죠. 맞춤은 그래서 하시는 거에요. 내 체형에 맞는 단하나의 정장을 만드실 수 있죠. 가격적으로도 동일한 원단을 70만원 선에 와이셔츠까지 맞춤으로 하실 수 있으니까 이득 아닌가요? 100만원이 예산이시라면 그 가격에 바지 한 벌을 더 맞추실 수도 있겠네요.

실제 타 매장을 다녀온 고객은 내가 제시한 정보를 확인하고, 내 상담 내용에 더 큰 신뢰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상인이고.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 F.A.B를 고려하면서 PT를 하는 동안 경쟁 제품의 사양과 특장점을 꿰고 있으면 에둘러 그 상품보다 내 상품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음을 설파하면 더욱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


완벽하고 독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드물지만, 비슷한 상품들 가운데서 내 상품이 '비교우위'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도 쇼호스트의 말하기 비결 증 하나이다.


방송을 통해 배운 바를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대면하며  활용했고, 그것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 방법을 방송에서도 즐겨 사용한다.


내 것을 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상품에 비해서는 무엇이 경쟁력이 있는지를 설파한다.

마트, 백화점, 쇼핑몰, 인터넷 사이트를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이유다.


말을 잘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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