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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e Mar 28. 2023

영화 '파운더'를 통해 보는  좋은 브랜드란?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역량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글로벌 브랜드이다. 맥도날드의 성공신화를 담은 영화<파운더>를 통해 맥도날드 성공에 담긴 이면을 알아보고 좋은 브랜드 디자인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브랜드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영화의  시작은 프린스 캐슬이라는 멀티 믹서기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세일즈맨, 레이크록이 믹서기를 점주들에게 영업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레이크록은 레스토랑 매장을 돌며 믹서기를 사면 밀크셰이크를  빨리 만들  있고 그러면 고객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며 열심히 영업을 하지만 점주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 6대의 믹서기를 주문한 가게를 알게 되고 주문에 착오가 있던 것이라고 확신하는 레이크록은 해당 가게에 전화를 하고 주문이 잘못된 것이 아니란  알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겨 바로  가게를 찾아간다. 레이크록이 찾아간 가게는 바로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인 맥도날드이다.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맥도날드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을까? 





맥도날드가 큰 인기를 끌 수 있던 이유

딕은 탁월한 브랜드디렉터가 아닐지..


레이크록은 미국의 다른 레스토랑과 다른 풍경과 장사가 매우 잘 되는 모습에 충격을 먹고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과 딕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형제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제안하고 그는 저녁을 먹으면서 맥과 딕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원래는 작은 극장의 주인이었던 맥과 딕은 1929년 대공황을 겪고 하루아침에 거지가 됐다. 불경기에도 밥은 먹지 않냐는 생각에 핫도그 가게로 맥과 딕은 요식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고 가게를 확장하기 위해 형제는 1940년대 드라이브인(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스케이트를 탄 서버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방식)이 대세에 따라 '맥도날드 페이머스 바비큐'라는 식당을 연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드라이브인의 문제를 깨달았는데 드라이브인을 찾는 고객은 보통 폭주족, 비행청소년이고 한참 기다려야 음식이 나오는 서비스 때문에 고객 경험은 최악이었다. 경영 측면에서도 서빙을 할 직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었고 서빙을 하면서 접시가 깨져 운영비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맥과 딕은 쓸모없는 건 다 줄여버리자는 목적으로 메뉴도 줄이고 서빙 직원도 없애고 직접 음식을 가져가게 하여 혁신적인 운영 방식을 고안했다.


신규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차별성을 제시하는 점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 가치에 따라 기능적, 상징적, 경험적 이미지의 세 가지 원형을 가진다. 그중 기능적 브랜드 이미지(Functional brand image) 차별화는 제품 특성과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콘셉트와 디자인을 새롭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 당시, 맥도날드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를 두었다. 맥도날드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이 점이었고 레이크록이 맥도날드를 가지고 싶게 만든 강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게가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을 때, 해당 방식의 문제점을 찾고 부정적인 고객 서비스 경험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다림을 개선해서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주방 구조를 아예 변경하고 음식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동선을 고안해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위한 주방 구조와 동선


메뉴도 가장 인기 많은 메뉴 3가지로 줄이고 부수적인 서비스는 모두 없애버렸다. 또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리오픈 파티를 열어 프로모션도 진행했고 황금아치 형태의 아이코닉한 브랜드 심벌도 개발했다. 일관된 비주얼 접점과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매장에 크게 설치하여 브랜드의 비주얼적인 부분도 다른 가게들과 차별점을 두었던 점. 버거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열정인 맥과 딕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맥도날드가 동네 맛집으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차별성, 음식을 향한 진정성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비주얼적인 모습 또한 갖추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사업가 레이크록


레이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이 햄버거 가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얘기했다. 그 당시, 브랜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겠지만 레이크록은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프랜차이즈화 시키자고 맥과 딕을 설득시킨다.


황금아치 로고를 매장에 적용한 가게


맥도날드는 단순한 햄버거 가게가 아니라
교회와 법원 같은 비슷한 의미가 느껴져요


레이크록이 두 형제를 설득시키기 위해 이러한 얘기를 했다. 교회는 만남의 장소가 됐던 것처럼 맥도날드도 단순한 햄버거 가게가 아니라 아이코닉한 공간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치 현재의 스타벅스가 단순하게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인 것처럼, 저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던 것처럼 맥도날드도 그런 가치를 지닐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레이크록은 맥과 딕을 설득하여 동업자로 맥도날드를 같이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두 형제와 레이크록은 운영 방식에 따라서 상이한 의견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레이크록은 빨리 그리고 많이 사업 확장을 하고 싶어 했고 딕은 느리더라도 브랜드의 철학을 지키며 사업 확장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레이크록은 형제의 거절을 무시하고 그의 방식대로 사업 확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사항에 따라 낮은 지분율을 가졌던 레이크록은 빚으로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는 한 재무부장의 조언을 듣게 되었는데 그는 맥도날드의 매장 부지를 먼저 구입해 가맹점들에게 독점적으로 임대하도록 하는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고 이 조언을 받아들여 레이크록은 프랜차이즈 부동산 법인을 신규로 설립한다. 이를 통해 가맹점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되었고 자본력과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빠른 프랜차이즈화를 성공했다. 또한 거대한 자본력을 가지게 된 레이크록은 마침내 맥도날드의 브랜드 상표권과 모든 권리를 사기 위해 맥도날드 형제에게 백지수표를 제안하고 270만 달러에 맥도날드를 손에 얻게 된다. 맥도날드의 첫 시작이 되었던 두 형제의 가게마저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만다.


영화 파운더의 감상평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레이크록의 비즈니스 관점을 인상 깊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의 무자비한 인간성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론 맥도날드 형제처럼 사업하면 동네 맛집 밖에 그치지 못하며 레이크록 덕분에 맥도날드는 성공한 것이다는 의견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 한 번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은 퇴사하고 보았고 마지막은 글을 쓰기 위해 보았다. 처음에 봤을 땐 후자의 의견이었고 두 번째 봤을 땐 전자의 의견이었으며 마지막에 볼 땐 이분법적인 감상을 벗어나 아쉬운 마음이 컸다. 브랜드 디렉터적인 면모를 가진 맥과 딕, 사업가적인 시야가 뛰어났던 레이크록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맥도날드 브랜드를 키워나갔으면 지금의 맥도날드는 어떤 브랜드가 되었을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아마 값싸고 접근성 좋은 버거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않았을까?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


맥도날드의 성공에 숨겨진 일화를 보고 난 이후, 많은 비즈니스 서적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많이 볼 수 있는 맥도날드는 브랜드 관점에서 좋은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브랜드의 철학과 기반은 훌륭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면 좋은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브랜드는 좋은 브랜드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변변치 못하여 많은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수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좋은 브랜드가 되는 일은 참 어려운 일 같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여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하며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일관된 브랜드의 철학을 유지하는 브랜드.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는 어느 한 방면에서 뛰어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퀄리티가 받쳐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역량


많은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심미적인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그 부분에 매몰되는 면이 있기도 한다. 나 또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웃풋을 만들기도 하고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파운더'를 보고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특정 심상을 만들어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를 두고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접점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모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고객에게 잘 통한다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비즈니스적 시야를 갖춘 브랜드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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