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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Jan 21. 2024

일단 시작하자, 독일어

방학에는 독일어지

방학 후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다.


독일어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건 작년 1월부터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되었다. 그때의 난 2024년 1월에 독일로 여행을 가겠다고 막연히 다짐했었다. 다만 이번에는 한 해 동안 독일어를 익힌 뒤에 여행을 가려고 했다. 그간 몇 번의 여행 경험을 통해 낯선 나라의 삶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답답하다는 걸 느꼈다. 신기한 건 많은데 내가 궁금한 건 가이드북이 모두 알려주지 않았고, 번역기를 통과하고 나온 말들은 내 의도를 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궁금한 건 물어보고 돌아오는 답을 알아듣고 싶었고, 문자를 읽고 이해해 보고 싶었다. 영어로 대충 때우는 여행이 아닌, 서툴게라도 현지의 언어를 읊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작년 1월 겨울방학에는 독학을 해봅시겠다고 인터넷강의가 무료로 제공되는 독일어 왕초보 독학 교재를 사서 공부 해봤다. 일주일 남짓 끄적거리다가 말았다. 독학은 나랑 안 맞는다 싶어 3~4월에는 남산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에 현장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음악을, 철학을, 물리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 독일어를 배운다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함께 말하고, 쓰면서 독일어를 익혔다. 2살쯤 될법한 유아들이 겨우 단어 몇 개와 문장을 익혀 말하는 것처럼 더듬거리며 나를 소개하고, 서로의 직업과 취미를 물어보며 독일어를 배우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루 종일 학교 일에 치여있다가, 퇴근 후 독일어 시간이 되면 "네 취미는 뭐니? 너는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니? 지금 몇 시니?" 이런 하찮은 질문을 하면서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순간 머리를 풀가동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하찮아서 우스웠고, 우스워서 재밌었다. 나름 의미가 통하는 문장을 만들어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어 수업은 3~4월이 마지막이었다. 4시 40분에 퇴근하자마자 한 시간 반 동안 두 종류의 지하철을 타고, 퇴근 시간 미어터지는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서 남산 중턱에 있는 독일문화원에 갔다가, 수업을 듣고 김포의 집에 오면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두 시간 반 수업을 듣겠다고 일주일에 세 번씩 오고 가며 길거리에 세 시간 반을 태우는 일은 도무지 할 짓이 못되었다. 그렇게 복습도 등한시한 채 꾸역꾸역 다니기만 하다가 강습은 끝났고, 결혼 준비와 동시에 독일어는 저기 구석에 미뤄두었다.


결혼이 끝나고 나니 2024년의 겨울방학이 되어있었다. 독일 여행에 대한 미련은 없어졌지만, 독일어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읽어봤던 움라우트 기호들과 Ich bin...(I am....)으로 시작하는 여러 문장이 못내 아쉬웠다. 전남친의 SNS에 들락거리는 마음으로 독일문화원 홈페이지를 들렀더니 마침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강의 수업이 여럿 개설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해 기념으로 24% 할인까지! 지난 3월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보냈던, 그렇지만 재미있었던 독일어 수업을 떠올리며 그 강의를 다시 등록했다. 같은 수업을 듣느라 또 내는 돈이 아까웠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성실하게 마무리하리라 다짐했다. 할인된 가격이라 심리 저항이 조금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1월부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 여덟 시 반이면 일어나서 화상강의에 나오는 낮은 카메라 화질에 티 나지 않을 정도로만 준비해서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눈곱만 떼고 나간다는 말이다) 8시 50분 집 앞 스타벅스에 도착해서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고, 태블릿을 켜서 왼쪽에는 줌을 켜고 오른쪽에는 pdf로 스캔한 교재를 띄우면 준비 끝이다. 1시간 4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된 등원 시간이라니,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귀한 유산이 아닐까.


그렇게 한 자리에 앉아 아홉 시부터 열두 시 반까지 강의를 듣는다. 중간에 두 번 15분씩 쉬는 시간도 있어서 3시간을 화면을 바라보는 것도 그럭저럭 할 만하다. 이제 돌아오는 주 월~금 수업을 다 듣고 나면 A1.1 코스가 마무리되고, 다음 달에 있을 A1.2코스도 이미 등록해 뒀다. 이것도 24% 할인이라기에 돈을 쓰지만 돈을 버는 것 같은 기분으로 등록했다.


여러모로 신나는 방학이다. 내일 아침에도 눈곱을 떼고 즐겁게 수업을 들어야지.





혹시 이 글을 읽고 등록하실 분이 계신다면 2월 24일까지 등록하면 온라인 코스가 24%할인이래요! 참고로 저는 관계자가 아니며... 광고 사항도 없답니다…. 하하...







#독일문화원 #온라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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