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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축사를 앞두고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

by 마케터 수박

나이 서른을 넘기기 시작하니 정말 친구들이 우르르 간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주변인들이 우르르 결혼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그 무리 중 하나이긴 하나, 이쯤 되니 서른이 넘어 옆에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해버린 다는 것이 참 트루인가 싶기도 (물론 내로남불 논리로 내 사랑은 참사랑이라 믿고 결혼에 임하지만..ㅎㅎ)


내 결혼이 그렇듯 내 주변인들의 결혼 준비 또한 이태껏 SNS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준비되고 있기는 하다. 화려하고 보여주기식인 결혼식이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로망이 없고(?) 각자의 주관과 개성이 넘치는 결혼식들.. 참 그들답다 그리고 나답다 싶다.


로망이 다소 없는(?)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으레 그 전통적인 결혼식의 식순을 어느 정도 따르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12월 결혼을 앞둔 내가 주로 맡고 있는 역할은 1) 부케 받기 그리고 2) 축사이다.

내가 그를 절친한 친구로 생각하듯 그에게 절친한 친구로 발탁되어 축사를 맡게 된 것이 사뭇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내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을 눈물로 망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다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고민되는 손끝으로 써 내려간 나의 첫 축사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그때가 입학식이었나? 입학한 지 하루 만에 언니를 과방에서 마주했던 순간이 떠오르네. 처음 언니를 봤을 때는 어쩜 저 선배는 저렇게 밝고 똑 부러지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처음에는 언니가 마냥 야무지게만 보였고 강하게 보였다? 사실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기도 한데 말이야. 그렇게 언니랑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네. 도서관에서 밤새워 공부하고 야식으로 엽떡 먹기도 하고, 가끔은 새벽까지 일탈도 해보고.. 그리고 힘든 수험 시절을 함께 겪고, 또 수험 시절의 마지막에는 같이 부푼 마음으로 첫 유럽여행을 떠나기도 했지. 지금 돌아보면 참 길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지내왔어.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언니에게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어떤 당부나 조언보다 오늘은 응원과 축복의 말을 전하고 싶어.


먼저 항상 언니의 행복을 바라는 친구로서 언니 곁에 있을게.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봐도 우리는 참 짝꿍처럼 짝짝꿍 잘 지내왔다. 닮은 점도 많고 성격도 미래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서 언니가 없는 나에게 참 언니는 친언니 같았어.

언니에게 좋았던 순간에는 나도 함께 언니의 행복을 축하했고, 아쉬운 순간이 와도 내가 함께 속상해했던 것 같아. 지금 내가 언제라고 꼭 집어서 말 안 해도 몇몇 순간들이 떠오르지? ㅎㅎ 그렇게 변함없이 언니의 곁에서 언니의 행복을 응원하는 든든한 응원군이 될게


언니랑 오빠 두 사람은 옆에서 봐도 참 잘 어울리고, 서로를 잘 채워주는 아주 흐뭇한 커플이야. 둘의 시작을 함께 했던 입장에서 난 언니와 오빠의 처음 그 순간부터 이렇게 평생을 함께 하게 될 줄 알았어.

아마 나뿐만 아니라 오늘 이 자리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이 그렇게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고 계실 거라고 믿어!


하객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늘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이 사랑스러운 커플을 축복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세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축복 속에 첫 시작을 하는 두 사람이 평생을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길 바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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