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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탕이군. 문 닫을 준비를 하려는데 손님 두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킥킥거린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붉은 머리 여자와 중절모를 쓴 남자.
“영업 끝났나요?”남자가 묻는다.
“한잔 마시고 가도 되죠?” 여자도 물어본다.
“네. 앉으세요.”
“아이리쉬 위스키 한 잔 주세요.”
“전 스카치위스키요.”
선반 안쪽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병을 꺼냈다.
말없이 술을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녀는 잔을 건네받는다.
“여긴 보통 몇 시에 마치죠? 꽤 늦은 시간까지 하시네요.”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막 닫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중절모를 쓴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나다니면서 봤습니다. 제가 늦은 시간에 다녀서인지 손님이 항상 없더군요. 들어와 보고 싶었는데…”
그때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혼자 앉았다.
“보드카 스트레이트 부탁합니다.”
남자는 얼굴이 갸름했다. 눈이 깊었다. 잔을 건네 받자 잔만 뚫어져라 바라볼뿐이었다.
차분한 눈빛과 옅은 주름이 잡힌 얼굴. 행복해 보이지도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 감정이 없는 표정. 한동안 손님이 전혀 들어오지 않던 시간인데 세 명이나 들어오다니.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남녀는 어떤 사이일까? 킥킥 거리며 들어온 것과는 다르게 둘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기보단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들어온 것 같았다.
“사실, 바텐더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꽤 많이 이곳을 지나갔습니다. 거의 매일,”
여자와 함께 온 남자가 말했다.
“똑같은 일상을 20년째 반복하고 있어요. 지겨운 마음에 오늘은 퇴근후 바로 집에 가지 않았어요. 인생을 즐기고 싶은데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즐기는 법을 배운적이 없어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라. 일에 지장이 갈만한 행동을 하지마라.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셨죠. 부모님 가르침대로 성실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 계속 이런 인생이 이어진다면 오늘 죽어도 아쉽지 않을거 같아요. 오늘은 혼자 펍에 들렸어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요. 거기서 이 여자분을 만나 함께 이곳으로 왔습니다. 와보고 싶었지만 망설여지던 이곳에요.”
남자는 여자와 이야기하지 않고 계속 나에게 말을 건넸다.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세요. 하소연 들어달라고 이곳에 함께 오자고 했나요?”
여자가 화난듯이 말했다.
남자는 말을 멈추었다.
그 때, 얼굴이 갸름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인생이 지겨운 마음이 든다는 건 배부른 소리라는 걸 아시오?”
얼굴이 갸름하고 눈이 깊은 남자는 계속 말했다.
“하루하루 똑같이 살고 싶어 필사적인 사람도 있단 말이요.”
나는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심각한 분위기는 딱 질색인데. 피곤하군.
젠장, 손님이 없는 게 차라리 낫겠네.
✅ 작품 정보
제목: Nighthawks
화가: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연도: 1942년
장르: 사실주의(리얼리즘)
소재: 미국 뉴욕의 밤거리, 한 늦은 시간의 식당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