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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 Apr 15. 2019

Talking Talking

영어로 떠들어 보자구요

행왕은  요일마다 공부가 정해져 있어서  만나는  멤버도 과목도  다르지만 보통 한주에 이틀은 행왕에 오게 된다.
언어공부에 관심이 많은 여인네들의 열정은 끝이 없어서 독해수업 후 30분정도 일본어 회화나 중국어 회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해 본 적이 손에 꼽아볼 법도 한데 뒤늦게 배운 공부질이 다들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느 누구 한 명이 일명 펌프질(새로운 반 만들기)을 해대면 망설이다가도 한번 해볼까 하며 덩달아 따라가거나  곁들기 수업을 하곤한다. 하다 지치면 나오다 말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하고. 늘 그렇듯 즐기며 하자는 게 목표인지라 뭐든 잘하려는 부담은 떨쳐버리려고 노력중이다.

그럼에도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있기마련. 몆 시간을 실내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눈이 빡빡해지고 등과 허리가 무거워져 지끈거린다. 미세먼지로 안나가는게 상책이라 해도 가끔은 코에 바람도 넣고 잔뜩 물오른 꽃망울도 만나야 하는데, 이렇게 들어 앉아 뭐하는 걸까 멍하니 밖을 내다보다기도 하고. 이런저런 상념에 서로에게 푸념도 그러다가도 조금이라도 아는게 생기면 뿌듯한 마음에 스스로 위로를 한다.


목요반 퐁삐두 미술 영어 원서 읽기를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단어찾고 해석하고 머리속에 맴도는 말들을 어떻게든 말하고 싶은데 용기도 없고 말하기는 더욱 주눅이 든다.


'우리끼리 영어로 떠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천하무적 문법 강자도 손사래를 치는 영어로 말하기. 여행을 가도 외국인을 만나도 머리와 입이 따로 놀아 자신없고 슬그머니 물러나기가 일쑤. 새로온 숙희씨가 그동안 아무도 말못했던 제안을 불쑥 내놓았다.

되는 안되든 영어로만 말하기. 모르면 찾아보고 아는 사람이 도와주기.

'오 좋아요. 실은 내가 꼭 필요했던 거에요'

'여행을 가도 입에서만 맴돌고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

'이게 진짜 내게 필요했던 건데..'


다들 왜 이제야 말을 못했을까 후회하듯  터지기 시작했다

궁하면 열리던가 적절한 인원이 모아지고 요일을 정하고 번개불에 콩 볶듯이 일명 'talking  class'가  만들어졌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주제를 정해서 서로 돌아가며 말하고 쉬운 교재를 정해서 회화를 역할극처럼 나누며 문장 외우기. 이렇게  또 하나의 반이 형성되었다.  


첫 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소개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며 근 두시간을 열공했다. 부끄러움도 잠시  웃고 떠들며 퍼붓기 시작했다. 콩글리시로 말해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머리 속에 척척 들어온다. 일명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초능력자들.  다른 방에서는 일본어로 회화수업을 하고 어디선가 스페인어도 들린다.

뭐 이런 다국적 랭귀지 교실이 어디 있을까. 교사도 없이 스스로가 책으로 방송으로 익히기. 가끔 실력 좋은 이웃이나 친구 혹은 지인을 섭외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는 정말 땡큐다. 가르치는 이는 봉사와 지적 나눔의 기쁨을, 배우는 이는 감사의 마음을 함께 주고 받는다.

두 시간 동안 머리가 쥐가 나도록 굴리면  자극이 확실하게 되니 이만한 뇌자극 운동 또한 없는 듯.

 누군가 '내가 점심 살게'.
' I will buy lunch for you '


어 이렇게 해도 되.' It's on me'
 'let me buy you~'


이렇게 하나 더 배운다.

다음 주제는 자신의 버킷 리스트 말하기.

이런저런 단어들이 둥둥 떠다닌다. 살짝 긴장감이 도는 한주가 또 되겠다. 그래도 약속한다. 교재로 듣는 이비에스 라디오 방송을 듣고 따라하고 크게 말하기.  20개의 문장 중 외우는건  하나밖에 안되더라도 반복 또 반복이다.

배워서 남주기도 하고 내가 좋기도 한 위로가 되는 학습 방식, 나이드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살아가면서 알고자 하는 욕구, 호기심이 없다면 어쩔뻔 했을까. 눈이 반짝 반짝한 이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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