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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Dec 02. 2023

¿Como te llamas?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학교에 조금 익숙해지고 난 이후엔 매일 학교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땐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학원차를 타고 친구들이 미술학원으로, 피아노 학원으로, 태권도 학원으로, 영어학원으로, 수영학원으로 가느라 놀이터에는 몇 살쯤 더 어린아이들이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날들이 많았는데 이곳의 놀이터는 늦도록 여러 학년의 아이들로 북적인다. 아이의 가방을 손에 들고 발끝에 전해오는 한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쯤 집에 가자고 이야기할지 고민하는 나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몇 번쯤 내 아이가 ‘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녀가 이따금씩 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보아서 벤과 관련된 사람인 것 같은데, 벤의 엄마라기엔 머리색깔도 다르고 어린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주변에 관심이 없어 보여 늘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안녕?”

“안녕”

“보통 언제까지 놀이터에 있어?”

“4시 정도까지?”

“날이 추워지네. 4시면 어두워지기도 하잖아”

“그러게. 첨에 밴쿠버 왔을 땐 10시까지 해가 안 지더니, 이젠 밤이 빨리 오네. 참 겨울방학 언젠지 알고 있니?”

크리스마스 이후로 2주인가?”

“아 그래?”

“나 학사 일정표 있어. 보내줄까?”

“응 그런데 나 번호가 멕시코 번호여서 문자보내긴 번거로울거야... 그냥 사진을 찍을게!”

“아니야. 글씨가 작아서 사진으로 찍으면 잘 안 보일 거야. Whatsapp으로 해볼게. 그래서, 넌 멕시코에서 왔다는 거구나!”

“응”

“Buenas tardes, 맞나? Buenas noches?”

“우와. 스페인어를 알아?”

“응 고등학교 때 배웠어.”



늘 불편하고 긴장된 얼굴이던 그녀는 내가 예상치 못하게 간단한 스페인어 인사말을 건네자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중학교 때 배웠다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같은 짧은 말들을 내게 들려주었다. 어떤 스페인어를 알고 있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영어의 be동사 같은) estar 동사의 변형을 읊어주고 1월부터 12월까지 달 이름도 신이 나서 말했다. 그리고 더 신이 나서 천사들의 합창을 좋아했다는 이야기까지…그 드라마는 그녀의 엄마세대의 드라마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어느덧 헤어질 시간. 기억 저편에 있던 그 문장을 끄집어 올렸다. “Como te llamas?” “Me llamo Dana.” 만나서 반가웠다는 말도 스페인어로 하고 싶었지만 그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는 제2 외국어로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프랑스어를 선택했다면 지금 프랑스어를 배우는 게 조금은 더 쉬울 텐데, 하는 아쉬움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엄격하셨고, 매 시간 복습퀴즈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교실에 내 이름이 불릴까 봐 두근두근 떨렸던 것이 아직 기억이 난다. 그때 배운 스페인어를 오늘 만난 멕시코 출신 다나에게 말을 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발음이 좋다고 칭찬도 받았다. 뭐든 배운 것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운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금이 내 조금이라도 더 어린 날이니 지금 많이 배워두어야지, 고등학교 때보다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고 더디지만 어쨌든 계속해보아야지. 다음에 만나면 어떤 스페인어로 말을 건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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