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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용 지민파파 Jan 18. 2019

카메라를 사던 날, 인생이 바뀌었다

당신이 지금 당장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


카메라를 사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못마땅해하는 아내를 모시고(!)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나올 만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때문에 발생했다.

한적한 국도 위에 연탄을 싣고 달리는 경운기 뒤로 달려가는 강아지 한 마리...

시간이 멈춘 듯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나 감동을 전할 때 필요한, 혹은 유용한 도구는 그래도 글이라고 믿던 나에게 사진 한 장이 가져다 준 설렘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하나의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당장 카메라를 사야겠다...



그 사진을 찍은 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궁금한 걸 두서 없이 물었고 그녀는 친절하게 답을 해왔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급기야 전화번호까지 물어보는 부담을 안겨주며 통화한 끝에 나머지 물음표를 지울 수 있었다. 주변 선후배 사진 기자들과 스튜디오 실장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통장에 있던 비자금 500만원을 카메라와 렌즈 사는데 모두 털어넣기로 맘 먹었다.


카메라 매장이 몰려있는 남대문으로 향했다. 패기 넘치게 500만원을 빼들고 왔지만 막상 '지르려니' 인간적인(?) 갈등이 살짝 몰려왔다. 이 돈으로 TV를 바꾸고 홈시어터까지 꾸미면 조만간 다가올 독일월드컵을 좀 더 근사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며 갈등하던 나에게 동행한 후배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선배~, 선배 성격에 다른 거 사면 머지 않아 카메라 산다고 분명 난리칠 것 같아요. 그냥 오늘 사세요."




아침에 출근할 때, 카메라와 렌즈를 사겠다고 아내에게 미리 운을 떼놓았지만, 퇴근길에 두 손 가득 뭔가(카메라와 렌즈는 이후 중고 거래시 박스도 중요하다고 해서...)를 들고 들어가려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미리 준비한 예상질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아내의 물음이 이어졌고 미리 연습한 대로 최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아내를 설득했다.


"아니, 글밥 먹고 사는 사람이 무슨 이런 카메라를... 사진작가할 거야? 그래서 얼만데!"


지름신에게 바친 500만원이 아내에게는 100만원으로 극적으로 둔갑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함께 지내는 시츄 아기들의 모습을 담는 것도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카메라를 사고서 함께 지내는 시츄 아기들과 여행을 떠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야구장을 출입하며 취재만 하던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도 담았다. 카메라 사면 꼭 담고 싶었던 야경도 이제는 뷰파인더 안 피사체로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딸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카메라와 함께하는 세상은 언제나 벅찬 감동의 연속이었다.


세상에서 주인을 먼저 배신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면 아마도 반려동물과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나에게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카메라를 산 것과 딸아이 지민이를 만든(?) 걸 이야기할 것 같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찰나이지만 그 여운은 무척 오래 지속된다. 사진이 전하는 평온함과 따스함을 아직 다른 대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웃으며 살고 싶은가?

당신 옆의 카메라가 그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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