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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KOO RN Oct 09. 2020

하루 종일 상처 소독만 하는 간호사

미국 Wound Care Coordinator 의 업무

 올해 8월 부터 현재 일하는 곳에서 상처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중이다. (전문간호사라고 번역하기엔 NP 와 혼동할 수 있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고, 상처 간호사 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정식 명칭은 Wound Care Coordinator) 원래 일반 간호사로 시작하여 일하던 중 관리자가 먼저 상처 간호사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인터뷰를 거쳐 근무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Wound care coordinator 는 WOCN(Wound, Ostomy and Continence)(상처 장루 실금 간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병원에 따라 근무를 시작한 지 6개월이나 1년 이내에 취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앞으로 일할 기간에 따라서)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주며, 현재 난 일하면서 취득할 계획이다. 

https://www.wocn.org/


 미국에 오기 전에는 상처 전문 간호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 심한 욕창, 수술 상처 혹은 장루를 가진 환자들을 주로 보다보니 좀 더 깊이있게 지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 8시간 씩 주로 주중에만 근무하며, 담당 간호사로서 환자를 간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포지션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병원 외에도 대부분의 근무지에서 상처전문 간호사들은 주중 낮에만 근무하며 근무시간이 비교적 유연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쉽다.

 

 풀타임 일반 간호사로 일할 때 2주에 72시간 씩 근무했던 난, 현재도 2주 72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씩 2주동안 총 9일을 근무한다. 병원에 내 책상이 생겼고, 보통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근하여 오후 3~4시 즈음에 퇴근한다. 간혹 입원환자가 많거나 일이 밀릴 때에는 5시가 넘어 끝나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다음 날 재량 껏 일찍 퇴근하는 편이다. 

 

 하루에 주로 4-5명의 환자들의 상처 소독 및 앞으로 치료 계획에 대해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주치의 혹은 전문 간호사와 상의하여 수술 계획을 잡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상처 소독은 담당 간호사들이 매일 진행하지만, 심각한 상처 주로 Wound VAC 환자, 수술 상처 실밥(스테이플) 제거, 상처부위 면적이 복잡하고 넓어 담당 간호사가 하기 어려운 경우 등은 상처 간호사가 관리한다. 


Wound VAC 적용 영상 https://youtu.be/9UFs-XuVYBo




 요즘들어 부쩍 많아진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고위험 약물 주사약이 IV(주사바늘)을 통해 피부로 번져 팔 전체 피부 표면이 괴사된 경우이다. 심하지 않으면 소독을 통해 나아지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성형외과의사가 환자의 다른 건강한 피부 조직을 떼어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최근 꽤 흥미로운 소독 재료를 사용해서 상처를 관리중인 환자가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발가락 전체를 절단하게 되었는데, 절단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피부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 성형외과 의사가 이식술이 아닌 Grafix 라는 재료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영국 회사인 Smith-nephew 에서, 태반막을 동결 건조하여 제작한 것이다. 가로 세로 5cm 인 얇고 얇은 필름이 한 장에 2000불, 우리돈으로 200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해서 결과가 어떨 지 궁금하다. 참고로 수술실에 가서 진행하는 피부 이식술은 6만 불, 우리돈으로 6000만원이 넘는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꼭 필요한 이유!!)

http://www.osiris.com/grafix/healthcare-professionals/



 상처 전문으로 근무하며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게 꽤나 잘 맞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여러 곳에 수요가 많은 편이라 일자리를 구하기도 수월하고, 간호사로서 좀 더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서 좋다. 난 환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담당 간호사로 근무하다 보면 해야할 일에 쫒겨 간단한 대화도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각한 상처를 소독하다 보면 기본 20분 혹은 1시간이 족히 걸리는 경우도 많아서, 대화 중에 환자와 라포가 형성되기도 한다. 또 매 번 상처 사진을 남겨 놓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환자들의 상처를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유연한 근무시간이다. 일반 간호사로 일할 때에는 매 시간 매 분 해야 할 업무들이 있고, 항상 긴장해야 했는데 상대적으로 지금 일은 그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또 8시간 근무 후 퇴근이라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 12시간(실제로 거의 13시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면 씻고 밥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퇴근 후 상당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매 주말, 휴일이 보장되는 것도 좋다. 때로는 한가한 평일 오프가 그립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며 느끼는 안정감이 나에겐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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