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리뷰: 『오강남의 생각』
유, 불, 도를 모두 섭렵한 비교종교학자는
미국 오리건주의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여행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오강남의 생각>을 읽다 책 속에서 일상이 신앙이 된 저자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게 일상 속 몰입은 일종의 ‘참선’이었다.
우리는 집중해서 운전을 할 때 핸들 위에 손을 얹고서, 순간순간 양보와 인내의 마음을 내게 된다. 나만 하는 운전이 아니다. 너만 잘 한다고 해서, 나만 잘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행선을 유지하면서 너와 나의 생명을 함께 지킨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는 꼬리의 꼬리를 물고 앞뒤의 수많은 차들과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1. 불교에서는 참선의 종류로 앉아서 하는 것을 좌선(坐禪), 누워서 하는 것을 와선(臥禪), 걸으면서 하는 것을 행선(行禪), 염불을 외우면서 하는 것을 염불선(念佛禪)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자연히 운전에 집중하게 되니 이것도 참선. 이름 하여 주행선(走行禪)이랄까?
밴쿠버에서 목회하던 분 중 내가 아는 목사님 두 분이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로 전업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주행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로구나.
2. 고속도로에서 나보다 빨리 달리는 차가 오면 얼른 양보하고, 큰 도시 가까이서나 차 사고가 났을 때 굼벵이처럼 기어가야 할 때도 참는다. 이것도 양보심과 인내심을 함양하는 일종의 종교적 수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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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다가 배가 고파 오리건 주 로즈버그라는 고속도로 옆 조그만 마을에 내렸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나오는데 보니 옆에 꽤 큰 중고서점이 있는 것을 발견. 참새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갔다. 종교 철학 부분에 좋은 책이 많고 값도 쌌지만 이미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라 살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것도 미안하여 카렌 암스트롱의 『A History of God(신의 역사)』를 집었다. 그런데 그 옆에 『Einstein and the Rabbi(아인슈타인과 랍비)』라는 책이 있어 안쪽 날개를 보니 종교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담긴 글이 실려 있어서 얼른 샀다.
참선을 하듯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리다가 쉼을 위해 우연히 들른 휴게소에서, 저자는 작은 서고를 무심히 지나쳐 버리지 못하고 끌리는 제목의 책들을 집어 들었다.
그중 한 권이 <아인슈타인과 랍비>였다. 한 분야에 정통한 학자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까?
이 날에 만난 아인슈타인과 종교에 관한 이 책에서 저자는 아래 부분을 인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인간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른 전체의 일부분,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는 일부분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나머지 세계와 분리된 무엇으로 경험하는데, 이것은 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시각적 망상이다. 이런 망상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참된 종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다. 이런 망상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달 가능한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길이다.
저자는 종교의 핵심은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었음을, 우주 안의 모든 것이 하나라는 만유일체(萬有一體)부터 조그만 차별이나 틈도 없이 하나라는 혼연동체(渾然同體), 모두가 하나로 돌아감이라는 동귀일체(同歸一體), 모두가 하나이기에 모두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 근원과 현상이 거침없는 관계를 맺고 하나라는 이사무애(理事無礙), 현상과 현상도 거침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사무애(事事無碍)까지 화엄사상과 견주어 이야기하며 심층종교에 대해 언급한다.
참된 종교란 ‘나’라는 중심을 넘어, 시공간의 제약과 넘어, 나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착시를 넘어, 나와 전체가 하나임을 아는 것, 이것이 ‘영성’, 곧 아인슈타인의 ‘종교’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