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휘찬 Oct 11. 2021

9월의 기록

2021년 9월

#7권의 책, 2편의 드라마와 2편의 전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지는 걸까.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무엇을 하든 하루의 총합이 24시간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므로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이든 먹는 시간을 줄이든 무언가를 줄여야만 한다. 시간을  수는 없으니 사람을 사서  대신 무언가를 시키고 동시에 진행할  있다면  좋겠다. (사실 사람  돈도 없다.) 하지만 내가 해야  일들은 누군가 대신해줄  없는 일이  많다. 공평한 건지 불공평한 건지 헷갈린다. 9월에는 견고하게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일에 집중을 하려다 보니 잠을 줄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시간들을 줄여야 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시간도 줄었다. 하지만 하나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놓지 못하고  갖고자 했다. 그랬더니 결국 시간이 흩어져버렸다. 9월의 시간은 흩뿌려진 느낌이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 종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잠을 줄여가며 해나가야 하는 것들, 다른 것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는 나날들... 이젠 그런 것들이 필요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흩뿌려진 모래에 가려진 시간이 아니라, 커다란 구멍이 나서 아예 사라져 버린 듯한 시간이.


#클릭 베이트


주위에 워낙 많이 추천을 해서 이미 본 지인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범죄 추리 드라마인데 실종된 한 남자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다. 어딘가에 갇혀있는 그는 폭행을 당한 듯하고 '나는 살인자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는 곧 '이 동영상이 500만 뷰가 되면 저는 죽습니다'라는 메시지의 팻말을 바꿔 든다. 여기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클릭 베이트는 클릭과 미끼(bait)의 합성어로 클릭을 하게 만드는 미끼를 뜻한다. 제목으로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상상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이 남자는 왜 실종이 되었을까, 누가 이 남자를 데려갔을까, 누굴 죽였다는 걸까. 이해하지 못할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그의 비밀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비밀들이 드러나게 된다. 기술과학이 소재가 되는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데 (공상과학과는 좀 다른 의미지만 나는 공상과학영화도 좋아한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시대상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1995년작 영화 <네트>는 처음 볼 때도 재미있었지만 요즘도 가끔 보는 영화다. 그 당시 컴퓨터, 네트워크, 바이러스 같은 기술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신상정보를 조작하는 스토리가 지금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이제는 레트로 한 브라운관 모니터와 검은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도 재미있다. 아마 이십 년쯤 후에 <클릭 베이트>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세대와 조회수의 힘, 온라인에서 만남을 찾는 데이팅 앱 등 지나고 나면 덜 공감하게 될지도 모를 2021년의 모습들이 들어있다.


#경주


3 만에 경주에 다녀왔다. 3 전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시작 이후 처음으로 다시  경주에서 추억여행을 했었다. 불국사, 첨성대, 천마총  주요 관광지를 돌면서 수학여행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이번에는 3  경주 여행의 추억을 떠올렸다. 지난번에 돌아본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보문단지를 주로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경주는 경주스러웠다. 다시 말해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이랄까. 천년 동안 여러 번의 지진에도 멀쩡했던 첨성대는 고작 3년의 시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핫한 황리단길의 상점들은 많이도 바뀌어 있었다. 터만 남은 경주의 이곳저곳을 보면 100 인구의 대도시였던 경주의 모습이 떠올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없어지고 새로 생긴 카페들, 비어있는 상가를 보면서도 같은 무상함이 느껴지는  어쩐지  우스웠다. 한때KTX 정차역이 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작아졌지만 경주에 가는  경복궁에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경복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라의 모습에  애정이 가는  왜인지 모르겠다. 전생이 있다면 나는 조선이나 고려보다는 신라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8월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