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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Jan 06. 2022

12월의 기록이자 2021년의 기록

2021년

#삶에 대한 애착


2021년은 여러 가지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해가 될 것 같다. 사스, 메르스를 겪으면서 경험했던 것처럼 이쯤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거리두기 제한은 변이 바이러스처럼 모양을 바꿔가며 점점 더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그 사이에 전 국민의 80%가 넘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나는 미접종자로 남았다. 6월에 백신 예약을 했지만 실패한 후, 백신 접종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곧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딱히 백신 반대주의자는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2021년의 끝자락에서 미접종자는 누구를 만나 밥 한 끼를 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군가를 만나면 계속 걸어야 했다. 하염없이.

백신 접종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를 보면서 내가 삶에 대한 애정이 꽤나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대단하거나,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억울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고 오히려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그 삶에 대한 애착만큼은 꽤나 진지하고 강한 것 같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언젠가 그 부족함을 채우고 넘칠 만큼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해내야만 한다는 욕망이, 

해내고야 말겠다는 욕구가 

가슴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2021년에 그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학


인생에서 방학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누구나 (대부분) 갖고 있는 '직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휴식기를 갖게 되었고, 이는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재충전하는 시간들이었고, 내가 충전된 만큼 고스란히 다른 이들의 눈에 그 변화가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선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모든 것을 손에 움켜쥐고도 충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간 115권의 책을 읽었는데 아마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분명히 이것은 내가 휴식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수라면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그만큼 책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자신은 없다.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의미 없는, 가성비 떨어지는 시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또 다음 인생을 고민하고, 설계하는 시간으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가 뛰어가다 말고 뜀틀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 버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2021년은 뜀틀의 바로 앞이 아니라 출발 대기선쯤이다. 나는 출발선 앞에서 앉아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심호흡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달리면 된다.

그나저나 합리화도 병인데.


#시간과 관계에 대한 고찰


2021년 브런치에 썼던 글을 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 많다.그만큼 관계에 대해 고민한 해였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매거진의 글들은 대부분 시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중에서 '인간관계에도 정리가 필요해', '손절이 취미입니다.' 같은 글들이 조회수가 높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도 들었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나 보다.

2022년에도 나는 여전히 시간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겠지만 또 새로운 형태의 글도 써보고 싶다. '말'에 대한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상대방의 어투, 상대방이 사용한 단어, 그 말의 뉘앙스나 심지어 어순에도 민감한 편이고 (상대방은 생각 없이 한 말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절대 의미 없는 말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혼자) 쉽게 상처받기도 하는데, '말'로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도 않는다. 그런 이야기들을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의 글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직 매거진 제목을 정하지 못했는데....

곧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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