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ristopher K
Aug 15. 2023
종합상사의 이상적인 사업모델
왜 미쓰비시종합상사는 종합투자회사로 불리는가?
내가 일본 기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3년도, 그러니깐 미국대학을 졸업한 직후 입사한 회사의 신규사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일본 기업을 또다시 접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내가 접했던 그리고 접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바로 "미쓰비시 종합상사"였다.
먼저 10년 전 내가 처음 접했던 일본 미쓰비시상사와의 사업경험을 말해보고자 한다. 나의 부친께서는 오랜 세월을 해외자원무역사업을 하시다 보니 나 또한 어깨 너머로 보고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자원시장에 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대학졸업 후에는 미국 해외자원개발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처음 맡게 된 프로젝트가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공업용 소금자원을 아시아 시장에 세일즈 하는 업무였다. 이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 염전의 경우 전 세계 최대규모의 소금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멕시코 국영기업 ESSA(Exportadora de Sal SA)와 일본 미쓰비시 상사가 51:49의 지분율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그때만 해도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소금광산에 투자하여 소금 사업을 하는 것도 의외였었다. 어쨋던 결론을 말하자면 그때 당시 우리 사업의 아시아 시장 세일즈는 실패였다. 일본 미쓰비시상사는 바하캘리포니아 염전부터 호주 인도네시아 소금시장까지 이미 발을 뻗혀놔서 굉장히 유리한 조건으로 아시아 시장 공급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게 바로 일본 종합상사파워였던 것이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보자. 나는 현재 한국 소재 사모펀드회사에 재직 중이다. 8년째 금융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가 작년부터 미쓰비시상사로부터 탄소중립실현을 위한 1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보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게 바로 내가 탄소중립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스터디를 한 시점이다. 그렇게 1년여간을 열심히 공부하고 이쪽 분야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결국 성공적으로 1차 클로징을 하였다. 이렇게 큰 규모의 Climate Tech 펀드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의 글로벌 시장에서 왜 통했는지를 얘기해야 될 것 같다. 결국 미쓰비시상사의 역량이 제일 큰 힘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쓰비시상사는 무역회사이지만 80년대 초반부터 PE, VC, 스타트업 투자를 꾸준히 하며 "종합상사+투자회사" 사업모델을 가진 유일한(?) 상사이다. 오히려 미쓰비시 사람들은 자기들 회사를 종합상사가 아닌 "종합투자회사"라고 부를 정도다. 즉 미쓰비시상사는 다양한 관련 사업분야들에 GP/LP 투자를 해놓고 그곳에서 정보와 사업권을 따내온다. 이렇게 투자와 상사로서 사업의 최적화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처음 이 사업모델을 접하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한국 종합상사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벤치마킹해야 되고 실제로도 우리에게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왜 미쓰비시 상사의 종합투자회사모델이 이 Climate Tech Fund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는지를 얘기해 보자.
첫 번째는 딜소싱이다. 미쓰비시상사는 천연가스, 석유/화학 솔루션, 광물자원, 자동차 모빌리티, 대체투자금융부 등 총 10개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그룹은 중소기업 사이즈 규모로서 각 그룹별로 탄소중립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들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간접적인 사업이라 함은 각 그룹별로 LP로서 투자들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딜 소싱의 Key라고 말하고 싶다. 미쓰비시 상사는 각 그룹별로 전 세계 모든 분야에 LP투자로 씨를 엄청나게 뿌려놔서 정보력과 네트워크 규모는 어느 누구도 견줄 수가 없을 정도다. 거기에 미쓰비시 상사의 대체투자금융부에서는 직접적인 GP로서 펀드사업들도 하고 있다. 이러한 Unique System을 구축해 놓고 미쓰비시상사는 다양한 선별된 딜을 소싱해 올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용화/스케일업 전략이다.
미쓰비시상사의 모토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버터부터 무기까지" 미쓰비시상사는 전 세계 모든 물건은 다 판다는 뜻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조성한 Climate Tech 블라인드 펀드들은 꽤 있다. 하지만 대부분 early stage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것이 우리와의 차별점이다. Early stage에 있는 기업들은 필요로 하는 투자규모가 작고 단순 자본의 힘으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Growth Stage에 오면 Death Valley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여기서는 자본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막대한 자본과 동시에 상업화/스케일업을 도와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야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든 Climate Tech Blind Fund이다. 우리는 미쓰비시 상사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제조기반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함께 모여 상업화를 가능케 하는 Platform(Blind Fund)을 구축해 놨다. 한국과 일본 제조기반 대기업들의 기술 및 제조 노하우와 미쓰비시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판매망 등이 투자대상기업들의 상업화를 현실화시켜준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이렇게 SI들로 구성되어 있는 Climate Tech Fund는 전 세계 유일하며 앞으로도 이런 펀드는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돌이켜보면, 왜 투자의 귀재인 워런버핏이 일본종합상사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세계대전의 패망으로 미쓰비시그룹은 공식적인 해체가 되어 오너 없이 미쓰비시 브랜드만 같이 쓰는 미씨비시 회사들이 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미쓰비시상사이다. 일본은 세계대전의 패망의 주요 원인을 에너지패권을 거머쥐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에너지패권에 대해 열등감이 크다. 그래서 미쓰비시상사와 같은 비즈니스모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래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자원과 기술회사들에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공격적으로 들어가서 선점을 하고 있다.
이건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