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KSPO DOME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god 콘서트가 열렸다. 21년 만에 다시 찾은 콘서트. 2014년, 무한도전에서 '토토가'를 볼 때 god도 한번 뭉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 해 다섯 명이 함께 컴백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어느덧 8년이 더 흘렀다. 마침내 지난 토요일, 드디어 그들을 마주하게 됐다.
하늘색 응원봉으로 가득 찬 콘서트 홀에 발을 딛자 말자 온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2001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god 콘서트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로부터 2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때 나에게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god가 20년이 흘렀어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첫 무대의 시작은, 촛불 하나였다. 제일 좋아하는 곡이자, 제일 많이 들은 곡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빠를 조르고 졸라 god 앨범을 사고는 cd 플레이어로 틀어놓고 춤을 따라 췄던 기억이 난다. 그뿐이었을까. 하늘색 가방, 하늘색 필통에 매직으로 god를 대빵만 하게 써놓고 '오빠들 지킴이'로 살았던 것도 기억나고, god 브로마이드를 온 방에 도배해뒀던 것도 떠올랐다. 응답하라 1997에서, HOT를 사랑한 정은지가 있었다면, god를 사랑하던 내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 첫 덕질이었다. 무엇인가를 깊이 진하게 좋아했던, 최초의 대상이었다. god의 육아일기로 시작해, 왕엄마 손호영의 팬이 되었고, 그 후로 god가 나오는 모든 음악방송을 다 찾아보고, 본방 사수하고. 심지어 연예가중계에 나오는 god를 보려고 기다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 유난스럽게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쫓아다녔던 그 마음이 참 애틋하고 그립다. 어느덧 서른 살을 넘어 서른셋을 맞이할 지금. 그때만큼 뜨겁게 좋아하는 것도 없고, 세월의 흐름만 정면으로 맞고 있는데. 무엇이든지 득과 실을 따져보게 되고, 계산적이여지는 내가 참 마음이 안들던 요즘이었는데. 문득 어린 시절 무엇인가를 깊이 좋아했던, 그 열정이 너무나도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다해 진하게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삶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는 걸 아는데, 요즘에는 그게 없어서 내 삶의 동력도 함께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콘서트가 나에게는 더욱더 소중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나에게 '잃어버린 것, 그리고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 주었으니까.
촛불하나를 이어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애수, friday night, 길, 다시 등 god 팬이라면 거뜬히 외웠을 명곡들을 연달아 흘러나왔고, 그 공간에 모인 1만 명의 팬들이 한 목소리로 함께 따라 부르고, 춤추고, 환호하며 시간을 보냈다.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만큼 꽉 채워진 시간이었다. 정말 많이 웃었고 환호했다. 그저 함께 놀다 보니 30분처럼 흘러가버려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년 전 그때의 내가 다시 소환된 기분이었다. 정말 '음악은 타임머신'이라는 것에 200% 동의한다.
콘서트 때 느꼈던 지 기분과 느낌을 어디에라도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 부푼 마음이 여기에 다 담기지가 않는다. 글로 쓰면 좀 될까 싶었는데 글로도 안된다. 그저 소녀처럼 마냥 설렜고, 떨렸고, 행복했고, 기뻤고, 즐거웠고, 감동적이었다고 표현... 할 수 있겠지만 그조차도 모자라다. 이 기분, 이 느낌 그저 내 마음 깊숙이 포개어 두어야겠다. 그리고 먼 훗날 뒤 돌아봤을 때 인생의 어느 날, 이렇게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추억 여행하러 갔다가 다시 팬이 되어 돌아왔다. 다섯 명이 무대를 꽉 채운, 그리고 그 다섯 명을 향해 한마음 한 목소리로 함성을 외치고 노래를 불러주는 만여 명의 팬들과 함께한 2022년의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 가라앉지 않는 이 마음 덕분에 월요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계속해서 god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고 콘서트 영상을 돌려본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 행복을 누릴 것 같다. 지겨워질 때까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