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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Feb 28. 2023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내는 것

오늘은 개인적으로는 역사적인 날이다. 에디터로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섭외'를 해서 인터뷰를 했다. 근데 그 '누군가'가 그냥 호기심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이자, 에디터 선배였다.


인터뷰를 진행하기전, 많이 긴장했다. 관련된 인터뷰 내용을 대부분 다 읽어보고, 채널 콘텐츠도 찾아보고, 사전 질문지를 만들기까지 계속해서 '너무 처음부터 큰 산'을 만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심을 담은 기획이었는데, 섭외에 성공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기 직전까지 긴장과 떨림과 두려움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사실, 인터뷰 일정은 더 빨리 잡혔었는데 내가 한 주 미루기를 부탁했다. 회사 일정상 바로 인터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었다. 실제로 사전조사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왕 하는 거 잘 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서 더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는 건 아니라는 것을 오늘 나를 통해 다시 알았다. 시간은 많이 주어졌지만, 그날 그날 해야 할 것들은 계속해서 물밀듯이 흘러 들어왔고, 나는 결국 주말과 연차를 낸 날에 인터뷰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실제 대면은 아니고, 구글 미트로 만나는 거였는데 어쨌든 대면은 대면이니까. 섭외 메일로 인사를 나누며 느꼈던 첫 인상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며 알게 되는 이미지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떤 분 일지'새삼 궁금했고 떨렸다. '첫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하면서 고민했다. 그리고 그 사직은 팬심을 드러내며 자기소개로 시작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작과 동시에 먼저 질문을 던져주시고 어색한 분위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인터뷰를 오히려 내가 당하면서 시작했다. 그렇게 미리 준비했던 질문들을 이어나갔고, 사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인터뷰는 한 시간 반 만에 끝이 났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마음이 붕 떠있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순간순간 의심이 되고, 준비된 질문은 다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처음 하는데 이렇게 부족한 티를 내다니! 싶기도 했다. 너무 좋은 내용을 많이 나눠주셔서, 내용을 듣기에 최대한 집중했지만 그 답이 끝날 때즈음에 '다음은 어떻게 연결해야 하지...'싶었다. 처음이니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되게 어설프게 넘어가기도 하고, 인터뷰이가 주도적으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주셨다. 이불킥 할 만큼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모두 에디터의 처음이 있으니까, 귀엽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내가 끝까지 맨 정신으로 해낼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의 중점은 내가 '인터뷰를 잘했고 못했고 가 아니라, 그저 인터뷰를 했다!'라는 것이다. 아마 '내가 조금 더 준비되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이 분을 만나야지!' 했다면, 난 아마 이분을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늘 배우고 느낀 경험을 더 늦췄을 뿐.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을 계속 마주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풍성한 내용이 담겼고, 에디터로서 개인적인 고민도 물어보고 먼저 걸어간 분의 지혜를 얻었다. 인터뷰를 끝나고 나니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룬 듯 했다. 첫 인터뷰의 시작을, 만나고 싶었던 분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나의 행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2월이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오늘 하루가 뭔가 보상을 해주는 듯 했다.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인터뷰를 해봤으니까. 나는 또 하지 않았던 걸 해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더 능숙하게 잘 하기 위해 공부할 뿐, 스타트는 끊었으니까. 완벽하게 해내기 보다, 일단 시작을 해서 경험을 쌓아가며 완벽에 가는 과정을 겪는 게 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앞으로도 오늘의 이 기분과 마음을 기억하면서 도망가고 싶을 때마다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지. '일단 하자, 다 지나가고, 남는 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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