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Mar 23. 2023

글 쓰는 게 일이 되니 글이 안 써진다.

최근에 회사에서 글을 쓸 일이 많아졌다. 대체로 기사 글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외에는 집으로 돌아와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갖는데, 일기에는 온통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나 가끔은 투덜거림 정도 담고 마무리한다.


2021년에는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200편 정도 가까이 쓴 걸로 안다. 맥북을 처음 사서 이 키감에 중독되어 매일 같이 글을 썼던 것도 있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게 많았던 해라서 담을 이야기가 수두룩 했다. 백수를 보내며 살기 위해 쓰기도 했고, 새로운 회사 입사 후 배울 게 너무 많아서 소회를 담아내느라 글을 쓰기도 했고. 그리고 2022년은 상대적으로 조금 '덜'했다. 똑같이 백수의 시간을 보냈고, 입사를 했는데 그 환경이 나에게 버거운 공간이었고 일도 너무나 답이 없어서 글을 쓸 때마다 나의 걱정과, 고민을 담아내느라 바빴다. 그게 하루, 이틀, 한 달이 되다 보니 써지지가 않았다. 인생이 즐겁고 재밌는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들만 기록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매일 같이 힘든 내용을 쓰다 보면 내 인생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쓰지 않았다. 일부러 안 썼다.


그리고 올해, 2023년 1분기가 끝나간다. 1월 빼고 2-3월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너무나 많은 일을 했고, 그 가운데 배웠고, 배우고 있고, 정신없이 바쁘다. 요즘 내 인생의 대부분은 '일'로 가득 차 있다. 집으로 돌아와 on/off 가 되지 않아서 그냥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유영하며 시간을 때워야 일의 생각을 저버릴 수 있다. 그럴 때 사실 브런치에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면 되는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일기를 써서 그런가?


그런데 일기에는 이렇게 구구절절 길게 쓰면 손이 아파서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브런치를 좋아하는 건데! (어쩌란 말인가) 오랜만에 내 글을 이곳에 쓰는 것만으로도 뭔가 아침의 시작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모닝 페이지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한번 해볼까 하다가도 하루하루 일어나기 힘든 하루인데 엄두는 안 나고. 종종 출근 전 한 시간 정도 빨리 와서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늘도 나는 원고를 4개를 써야 한다. 관심 없는 패션에 관한 기사 3건,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 소개 기사 1건. 그런데 나는 이 관심 없는 것을 하면서 글을 쓰는 실력이 늘어간다는 걸 믿는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여기다 그냥 이렇게 두서없이 쓰면 된다. 공적인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게 지금은 나에게 필요하고, 누군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게 목적이다. 이곳은 사실 그런 곳이지만 나에겐 그런 목적이 아니다. 그냥 마치 휴지통처럼, 내 생각과 마음의 찌꺼기를 비우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어느덧 이렇게 쓰는 시간을 가지는 게 4-5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곳에 정말 여러 글을 남겼는데, 남은 3분기 동안에는 조금 더 부지런히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새로운 경험의 연속인데, 그 경험을 정리하고 회고할 시간조차 없는(이건 핑계겠지? 잠을 줄여!) 평일이라. 이번 주말에는 일을 안 해도 되니까, 좋아하는 카페를 가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진도 찍고 글을 써야지. 이제 목요일, 금요일! 이틀 남았다. 내일은 3시간만 일하면 되니까,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이번 한 주, 열심히 살았다. 남은 시간도 잘 지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