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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06. 2023

한 번의 경험이 그다음 경험을 부른다.

지난달에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혜민 님을 인터뷰했다면, 어제는 유튜버 '무빙워터'님을 인터뷰했다. 생각해 보면 '에디터'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것도 '인터뷰'의 재미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어렵운 일인데, 또 한편으로는 보람이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인터뷰 매력의 첫 번째는,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인 나로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책 보다 더 생생한 언어로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에서 한 번의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인터뷰 준비를 하고, 질문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그 깊이는 달라지는 거겠지만 어쨌든,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인터뷰어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는, 삶의 방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직장인 유튜버로 전향해 자기만의 길을 닦아가는 사람, 7년간 200명을 넘는 사람을 인터뷰하며 삶의 레퍼런스를 수집해 나가는 사람, 작은 동네의 도예 작업실을 운영하며 누군가에게 삶의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사람, 펑범한 직장인이지만 러너로 활동하며 자신의 한계치를 매일 같이 뛰어넘는 사람 등등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보고 경험하게 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저 중에, 어떤 걸 내 삶으로 가져오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이야기를 듣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인터뷰어는 말하는 직업이 아니라 듣는 직업이다. 이제는 알겠다. 나는 질문을 하고 반응을 할 뿐이고 대화의 주도권은 어쩌면 인터뷰이에게 있다. 잘 들어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고, 그 사람도 '내 얘기를 듣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껴야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에디터가 되면서부터는 듣는 연습을 하게 된다. 듣다 보니 이해되는 게 있고, 듣다 보니 궁금해지는 게 있다. 듣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물을 수도 없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습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다. 지금은 인터뷰 국한으로 '경청'을 연습하고 있지만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네 번째는, 공부가 된다. 녹취한 원고를 풀고 글을 편집하면서 글을 쓰는 연습이 될 뿐만 아니라 '잘 읽히는 글, 맥락이 있는 글'을 쓰는 연습이 된다. 무엇보다 맞춤법 공부가 된다. 생각해 보면 나는 국어국문을 나온 것도 아니고 한국어 관련해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인터뷰가 좋아서 에디터가 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표기나 발음, 맞춤법에 관한 지식이 그렇게 있는 편이 아니다.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라는 툴과, 교정과 교열을 봐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원고를 정리하면서 글에 관해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삶을 공부하게 된다. 그 사람의 답변을 다시금 곱씹으며 '세상에는 참 멋진 사람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자극도 받고.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제는 인터뷰이가 '언젠가 또 뵐게요'라는 인사를 남겨줬는데, 정말 시간이 지나 또 만났을 땐 나도 그 사람과 같이 대화를 할 수 있을만한 '급'의 사람이 되어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 번째는, 하나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 밖으로 꺼낸다는 것, 어쩌면 참 고귀한 일이다. 내가 섭외하지 않고, 인터뷰를 하지 않고(물론 그럼 다른 누군가가 하고, 또 하겠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남겼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물론 모두가 특별하고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자기 만의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고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싶은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귀감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는 발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누군가의 삶에 좋은 기록을 남겨 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여섯 번째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이고, 다 대 다 보다는 일대일의 만남을 선호하는데 인터뷰는 철저하게 일대일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그랬다. 그래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서 좋다.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게 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와 잘 맞다.


인터뷰가 뭐가 매력일지 정리를 해보니 지금은 여섯 가지가 나온다. 앞으로 내가 또 다른 경험을 할수록 좋아하는 이유는 더 많아지겠지. 물론 힘든 것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사전 질문지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내가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흘러갈 때도 있고 목적과 멀어지는 대화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래도 '편집'이라는 게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있으니까. 그러니까, 아직은 힘들고 어렵다는 마음보다는 긴장되고 떨리고 가끔은 인터뷰 전에 도망가고 싶다가도 하고 나면 '나 이거 지금 재밌어하네?'라는 걸 늘 느낀다. 그래서 아직은 계속해서 하고 싶고, 좀 더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으면 또 경험을 쌓아야겠지. 한 번의 뿌듯한 경험이 그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다음 인터뷰이는 한 매거진의 잡지 에디터이자 나와 취향이 너무 비슷해 책을 읽으며 만남을 기대하게 된 사람이다. 그 경험은 또 나에게 무엇을 남길지 기대해 본다.

무빙워터 이동수 님 인터뷰 ->


https://www.kolonmall.com/OLOMagazine/contents/Opinion/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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