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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Jun 28. 2021

<우리가 가는 그곳 어디든>, 8 city(2019)

2010년도 초반 인천에서 세운 에잇시티 계획은 다음과 같다. 

: 동쪽 바다에 흩어진 섬들을 연결 및 재배치하여 8자 모양으로 만든다. 오로지 관광을 위한 다운타운을 내부에 설립한다. 그 안에는 쇼핑몰, 영화관, 전망대, 프라이빗 라운지, 클럽, 카지노, 테라스, 핫도그, 굽기 좋은 마시멜로 덩어리들이 있다. 섬의 연결 모양이 8자인 이유는 순전히 중국인들 때문이다. 그들은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모래를 훑듯 물건들을 갖고 사라진다. 이들이 사 가는 상품의 숫자는 8 단위에 맞춰져 있을 때가 잦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중국인들은 8-eight을 사랑한다. 그들에게 8은 복과 사랑, 신의를 모두 포함하는 모양새이다. 8이 특별한 이유는“돈을 번다는 의미의 발(發)과 발음이 비슷해서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 안에는 좀 더 복잡한 기원이 있다. 그 중 잘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 진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효시는 왕자의 아내를 발탁하는 콘테스트에 나가 우승한다. 효시는 누구보다 작은 발을 갖고 있었고, 마치 백가마귀가 걷듯 사뿐사뿐 모래사장을 지나갈 수 있었다. 그가 흰 손가락을 흔들 때마다 왕자는 웃으며 박수를 쳤다. 효시는 다른 경쟁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그 날 효시가 입은 옷은 진홍색 비단에 구름 자수가 놓인 것으로, 그 형태가 8과 같았다. 효시에게는 일곱 명의 언니가 있었다. 이들 모두 빼어나게 아름다웠는데, 하나같이 아기 발과 붉은 입술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거리를 나다닐 때마다 어디에선가 매화 향기와 소나무 향취가 풍겼다고 한다. 효시가 여왕이 된 날 이들은 궁 앞의 뜰에서 축제를 열었다. 자매들은 발을 벗고 뒤뚱거리며 궁궐의 복도를 뛰어 다녔다. 효시는 그 둘 중 가장 빨리 달려가, 별관에 있는 지식원의 문을 열어 젖혔다. 문 안쪽에는 본디 희고 검은 날짐승들이 살고 있었는데, 모두 왕이 가둬둔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 어리둥절한 얼굴로 여자들을 바라보다가, 자신들의 뒤바뀐 운명을 깨닫고 저잣거리로 날아갔다. 여덟 개의 탁자와 여덟 개의 술잔, 자매들은 팔 일 동안 축제를 벌였다. 이것은 순전히 전설에 의한 일화이지만-마지막 날에는 왕의 목을 올려둔 탁자에서 검은 피들이 부끄러운 듯 흘러나와 대문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이 때 핏방울이 교차하고 떨어지는 모양새가 역시 8과 같았다.

그 외에도 8이 행운의 숫자가 된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하지 않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두 개의 원형 고리가 있는데, 그들은 서로 단단히 묶여 있다. 고리들은 주로 뱃속 아니면 흉곽 아래쯤 위치한다. 에잇시티를 연결하는 다리들 쯤이야 몇 개의 포클레인으로 부술 수 있지만 각자의 늑골 안에 들어있는 고리들은 치과 기계나 트랙터를 가져온다 한들 끊어낼 수 없다. 이들 고리가 서로 떨어지는 순간은 바다에 놓인 다리를 건널 때, 또한 건너온 이를 맞이할 때뿐이다. 우리는 바다를 가로지르기 전마다, 고리의 이음새를 끊어 남은 하나를 물에 던진다. 두 고리의 무게에 눌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주로 조금 더 무거운 한 쪽을 골라서 강 또는 바다의 건너까지 보내는 것이다. 고리는 맞은편 해안가에 처박히거나, 얕은 물속을 부유한다. 멀리서 보면 해파리나 해초와 별 다를 바 없다. 맞은편에 도착한 주인이 고리를 찾아내기 전까지, 고리는 바람 또는 바다의 움직임을 따라 어디든 돌아다닌다. 며칠 혹은 몇 년이 지난다. 마침내 다리를 모두 건넌 주인이 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파도와 모래사장마다 손을 넣고 헤집는다. 꿈에도 그리던 고리를 찾아내고 나면, 새로 도착한 땅의 주인에게 건넨다. 이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의 선물이다. 땅의 주인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의 뱃속 깊숙이 손을 넣고 고리 중 하나를 꺼내어 낯선 이에게 건넨다. 이는 재치와 환대의 선물인 셈이다. 두 개의 0은 다른 몸속으로 들어가, 남은 0과 만난다. 서로가 엉겨 붙으며 또 다른 8을 형성한다. 그들은 한 번 맞부딪친 이음새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또 다른 고리와 만날지라도 언제나 테두리 어딘가에 움푹 팬 자국을 갖고 있다. 고리들은 헤엄치고 가라앉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당신은 종종 이를 기억이라고 불렀지만 내게는 8이라는 호칭이 훨씬 적당하다. 그 호칭이야말로 이 고리가 가진 원래의 모양새와 꼭 들어맞는 것이다.

에잇시티 계획은 동쪽 섬들의 반대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 하늘에서 바라본 기이한 8의 모양새, 계획의 도안들은 모두가 흰 포말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2010년대의 끝을 맞이한 관광객들은 이제 다른 도시로 간다. 그곳에는 에잇시티 때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쇼핑몰, 영화관, 전망대, 프라이빗 라운지, 클럽, 카지노, 테라스가 있다. 파란 눈 혹은 검은 피부를 가진 관광객들은 나란히 서서 핫도그, 굽기 좋은 마시멜로 덩어리를 먹는다. 효시와 자매들이 풀어준 새들이 그 위를 날아다닌다. 한 때 당신과 내가 하나씩 나눠 가졌던 고리들은 각자 낯선 0을 부여잡고 활달히 돌아가고 있다. 




2019년 김형도 디자이너와 프로토타입으로 작업한 프로젝트, <우리가 가는 그곳 어디든 we go where anywhere>의 한 단락입니다. <<8 city>>라는 초단편으로, 언젠가 전문 공개할 때가 온다면 좋겠네요. (웹사이트를 만들어 봐야 하나 생각 중이에요.) 이곳으로나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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