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사람은...... 신...신... 신효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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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은 안승민과 선릉 근처를 걸었다. 저녁를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으로 거리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승민이 현민을 데려간 곳은 <신수사>였다. 선릉역 근처의 유명 일식집이다. 자주 찾는 곳인지 주인은 그를 알아보았다저녁을 먹으며 현민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야기는 안승민이 이어갔다. 한번 말문이 터지자 회사의 위기 상장을 앞둔 심경까지도 스스럼없이 터 놓았다. 물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안승민, 한정혜, 그리고 민소진은 모두 평균적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 삶의 환경이 이들을 서로 느슨하게 묶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저녁을 먹고 안승민은 더 이상 사건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민소희 변호사가 수수께끼처럼 누군가 무엇인가 물으러 오면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민소희 변호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악수를 하고 현민은 그와 헤어졌다.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의 이야기는 사건의 이해에 도움이 됐다. 긴 머리의 늘씬한 사내. 클럽 <아트 레이디스>의 밴드 <Divina>의 기타와 보컬은 안승민이었다. 민소희와 만나던 날 <HEL>에 들렀고 계단에서 마주쳤다. 현민은 그때 들었던 기계음을 떠올렸다. 안승민은 당시 로봇을 착용하고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최민희가 모니터를 보고 업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민소희 변호사를 만나서 확인해야 할 것이 늘었다.
― 최 실장 아직 퇴근전이야? 안승민을 만나고 왔어. 대충 얘기가 맞는듯해.
― 그래요? 저도 오늘 퇴근해야 하는데 대표님. 제가 서류 저장을 안 한 것인지. 저장이 안 되고 컴퓨터가 다운돼서 날아가 버렸어요. 에휴, 제 잘못이죠. 이제 다 돼 갑니다.
― 최실장 답지 않게 그런 실수를...... 그녀는 장난스레 엉엉 우는 소리를 냈다.
― 안승민은 뭐라고 해요? 그 사람 잘나가는 것 같은데.
<엔젤메카닉스>는 알아보니 기술이 좋더라고요. 상장되면 돈방석에 앉지 않을까요? 현민은 최실장에게 안승민에게 들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민소희 변호사가 안승민에게 했던 얘기에 대해서도.
― 힘들었겠어요. 안승민 대표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몸도 불편하고. 근데 한정혜 사건하고 관련이 있어요? 민소희가 안승민의 어려운 사업을 사람들을 통해 도와줬다고 쳐요. 그럼 그 이후는요? 그리고 누군가 여러 가지를 물으러 오면 사실대로 대답해 주면 된다는 것은 또 무슨 얘기에요. 결국 민소희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네요. 그도 민소희의 도움을 받았을 테고.
― 의뢰를 하러 온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계기가 있었을 거야. 단순히 <사건25시>를 보고 생각이 들어 의뢰를 했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거지. 그러니까 12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사건을 의뢰하러 찾아왔지. 변호사에게 물어봤다고 했잖아. 새로 나온 증거가 없다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가짜 신효선은 처음에 최영은부터 만나보라고 했으니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테고. 연락도 안 되는 번호를 남긴 것. 현금으로 의뢰비를 지불한 것 등을 보면 조사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결과야 어떻든 간에.
― 대표님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뭔가를 찾았으면 하는 의도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사건이 복잡하게 흘러가니. 방송이 되었으면 하고 노린 것은 아닐까? 여론을 통해 뭔가 좀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은 뭔가가 있기 때문에. 근데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으로는 방송이 안 될 것 같아. 뭔가 빠진 게 있어. 찾지 못한 어떤 단서가.
― 참 대표님 신효선 CCTV 녹화본 대표님 말대로 정주현 형사한테 보냈어요. 그런데 너무 영상이 흐려 신원파악이 힘들 것 같대요. 공개수사나 몽타주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가짜 신효선이 출입구에 카메라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여기 나오는 순간이에요. 최민희가 CCTV 동영상을 재생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올리고 고개를 돌리는 것 보이죠? 하필이면 카메라 앞에서.
― 음.... 그것참 하필이면 그때... 사무실 CCTV를 떼어내 가지고,
― 어? 현민은 중얼거리다가 모니터에서 연말 영화제 신인배우 인터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아휴, 대표님 제 말에 집중안하실거에요. 또 시작이네. 예쁜 여자만 보이면 정신을 못 차려.
― 최 실장. 그게 아니라 저 사람 좀 봐...현민은 갑작스레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누군데요? 연말 영화제 시상식 예고 하는 것 아니에요? 또 신인배우 예쁘다. 하면 가만 안둘 거예요. 최민희는 한동안 그녀가 나온 화면에 몰입했다.
― 어? 저 사람은...... 신...신... 신효선이네요.... 둘은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 분명 그 사람 같은데.. 맞지? 현민은 중얼거렸다.
*
신정록은 데뷔 20년 만에 <말레볼제, 적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모든 것을 바쳐 뒤늦게 꿈을 이룬 늦깎이 수험생이나 성공 초입에 이룬 실업가의 성공스토리와 겹쳐있었다. 양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 보였다. 작은 얼굴에 세련된 지적 분위기와 도톰한 입술과 콧날의 인상은 그때 보았던 신효선이었다. 분명했다. 사진과 작품을 검색해도 그 얼굴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둘은 눈빛으로 말을 주고 받았다. 최민희가 말을 꺼냈다.
― 신정록이라는 배우부터 먼저 만나보세요. 그럼 상황은 대부분 파악되겠네요. 배우라.... 어쩐지 발성이나 대화가 뭔가 좀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는데. 그 나이대의 부모답지 않게 외모도 그렇고...... 저는 마무리하고 퇴근합니다.
― 만약 누군가 정혜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고 신효선한테 부탁을 한 것이라면 그는 신효선이 이미 사망했고 의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겠지. 아니면 살해를 했거나.
― 결국 민변호사가 답을 해 줄 수밖에 없어요. 의뢰를 받았는지도 모르고.
― 한정혜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기묘한 사건이네요. 뭔가 묵직한 게 바닥에 감춰진 느낌이고 올라오지 않았어요. 최민희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정리했다. 퇴근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출입문을 나섰다. 현민은 커피를 내렸다. 시계를 보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홍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신정록의 연락처를 확인해달라고 문자를 보내놓았다.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박현민 기자라는 얘기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했다. 신정록과의 약속은 의외로 빠르게 잡혔다. 며칠 뒤 NBS의 한 프로그램과 인터뷰 일정이 있다고 했다. 이후에 잠깐 기자와 만나는 것으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현민은 방송국 회의가 끝나고 난 뒤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2층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걸어오는 신정록을 확인했다. 담당 pd에게 허락을 구해 모니터로 잠깐 그녀를 바라보았다. 화장이 조금 짙은 듯 했지만 다시 보니 한정혜 사건을 의뢰 한 신효선이 분명했다. 그녀는 방송국 로비에 있는 <캣츠 아이> 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정을 확인하는 듯 했다. 긴 슬랙스처럼 보이는 흰색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현민은 그녀를 지켜보았다. 사무실에서 보이는 것보다 한껏 세련된 모습이었다. 40대 후반의 나이었지만 한창 젊어 보였다. 그녀는 이 스포트라이트가 왠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듯 했다. 현민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하루 전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몇 편 찾아보았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었지만 신스틸러로서 손색이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현민은 조용의 신정록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자세를 취했다. 현민은 약속시간이 오분 쯤 지난 후 그녀 앞에 섰다.
― 신효선씨? 그녀는 현민이 자신을 부른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현민은 한 번 더 불렀다.
― 어멋.
신정록은 현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연기가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자신을 모른다고 하면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정도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을 시작했다.
―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 영화가 이렇게 뜰지도 생각 못했고요. 현민은 가벼운 미소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책임을 추궁하려한다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녀는 곧바로 체념한 듯 말을 꺼냈다.
― 오랜만. 아니 오랜만은 아니군요.
―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 간 미로 속을 헤맨 기분이었습니다. 조사한 내용을 1차로 전달 드려야 하는데 연락은 되지 않고 잇달아 여러 사건들이 터지고. 한정혜씨 사건 조사를 하던 중여러 살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도 아시죠? 아니 신정록 씨가 어떤 말을 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한정혜씨 사망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그게 고인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의뢰를 하러 오셨다면 상황은 아실 테고요. 현민은 어께를 들썩이며 두 손바닥을 들어 그녀를 안심시켰다.
―방송으로 나갈만한 사연이라면 신정록씨에게 먼저 의향을 물어보겠습니다. 익명으로도 얼마든지 사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실 수 있어요. 그게 중요하다고 판단하신다면.
― 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사건25>시 출현 확정이군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 형주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연쇄살인 사건 가능성에 대한 보도는 봤어요.
― 지금으로서는 그냥 그 사건의 전모를 알고 싶습니다. 그게 기사화되든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사건이 되든 아니든 간에. 신정록은 심호흡을 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부탁을 한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신원이 알려질 이유는 없다고.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작품 흥행과 유명세가 저를 드러내 버렸군요. 혹시 상황이 알려진다면 책임을 돌리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정혜는 대학교 때 모델 일을 잠깐 했어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가 있을 때는 같이 데려가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일들을 소개해 주었죠. 그 애 마스크가 매력적이었죠. 몸매도 좋았고. 서로 얘기를 하다가 친해진 거죠. 저도 그 시절 학교를 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힘들게 졸업을 했거든요. 정혜는 예쁘지만 연예인으로서의 끼는 없는 듯 했어요. 그냥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로 생각했고요. 기획사에서 제의가 오기도 했는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 얼핏 졸업하고 이태리로 공부를 하러 가고 싶다고. 이태리어를 열심히 하더군요.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거예요.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휴학도 하면서. 참 열심히 산다 그런 느낌이었죠. 좋은 아이었죠.
― 그래요? 대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좀 아세요? 현민은 고등학교 이후의 그녀의 일상과 세계가 궁금했다.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왕십리 근처의 한 원룸에서 친구와 둘이 살았다고 했고. 고등학교 친구라고 했어요. 친구는 몸이 좋지 않다고. 대학 졸업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었죠. 정혜 말로는 거의 포기 상태라고 했어요. 친구는 입원과 수술 퇴원을 힘들게 반복하며 마지막 학기까지 끝냈다고. 졸업식만 남기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정혜는 어느 순간 사라졌죠. 연락도 안 되고 해서 얘기도 없이 벌써 유학을 갔나? 그렇게 생각했죠. 섭섭하기도 하고. 한마디 얘기도 없이 증발하듯 사라졌으니. 신정록은 자세를 고쳐 앉고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후에 정혜에 대해서 잊고 있었거든요. 아마 유학 가서 거기서 눌러앉아 일을 하고 있을 테지. 이런 생각을 한 이후에요.
― 아프다는 친구는 민소희 변호사인가요? 같은 학교에 다녔다고 했고. 정혜 사건을 다시 알아봐달라고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도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네. 맞아요.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도저히 그때의 그 아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도 오래전 민소희를 본 적이 있었죠. 그때까지는 소진이었어요. 정말 초췌하고 마지막 남은 생을 다 짜낼 정도의 모습이었어요. 바싹 말라서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날 공연장에 나타나서 제 연극을 보고 있더군요. 다가와 인사를 건냈어요. 전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저를 안다고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고 하더군요.
그때 지나가는 누군가가 신정록을 보고 팬이라며 연기 좋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다른 얼굴이 돼 그의 인사에 응했다. 감정이 정리된 듯 현민을 보고 말을 계속했다.
― 10년이 넘었고. 당시 정혜의 말로는 소진이는 오래 살수 없을 것이라고. 기적이 없다면.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나타나서 변호사 명함을 주더군요. 시민단체 <정의연>에 근무하고 있는 변호사고 언론에 주목을 받은 사건을 다루기도 했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반갑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죠. 그리고 가끔 만났어요. 공연도 자주 보러 오고. 홍대 근처에 잘 가는 펍에서 자주 봤죠. 같이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그렇게 알고 지냈죠.
― 네? 펍이라면. 혹시 홍대 근처에 있는 2층 <HEL>라는 곳인가요?
― 아, 박현민 기자님도 아시는 군요. 네. 거기에요. 어떻게 아시죠? 민 변호사가 저한테 부탁을 하더군요. 정혜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다들 자살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다른 비밀이 있는데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그녀는 생각을 가다듬는 듯 말을 멈췄다.
― 그래서요? 현민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저한테 부탁을 했어요. 정혜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모두 주고 박현민 기자한테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의뢰비는 자신이 내겠다고 했고요.
― 왜 저였습니까? 다른 탐정도 많을 텐데.
― 거기까지는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그냥 그렇게만 부탁한다고 했고. 저도 정혜가 그렇게 됐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죠. 그냥 사라져서 궁금하기도 했고. 정혜의 죽음이 이유가 밝혀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응했어요.
― 아, 그리고 왜 신효선으로 위장해 사건을 의뢰 했냐고 만약 알려져서 누가 묻는다면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된다고 했어요.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조금 주저하듯 하다 말을 꺼냈다.
― 혹시 정혜의 죽음과 관련해서 어떤 이유가 있는지요. 저는 정혜는 그렇게 보낼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민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짓을 말하거나 하는 눈빛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눈에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진심이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생각하는. 현민은 차후 더 알게 되는 내용이 있다면 알려준다고 하고 연락처를 주었다. 민 변호사를 만나 사건에 대한 진상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겼다. 신정록을 만나서 얘기를 다 들었고 안승민도 만났다고 했다. 민 변호사가 답할 차례라고. <HEL>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민소진 아니 민 변호사가 이 연쇄살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여자의 몸으로 방준호같은 거구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김선호 형사의 말에 따르면 방준호도 최영은과 같은 방식으로 칼에 찔려 사망했다고 했다. 그녀가 사건의 조력자 일까? 또 다른 누군가의 의뢰를 받은 것인가. 김선호 형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다.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건에 접근하고 있을 것이다. 도움이 되는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최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탐정x> 촬영스케줄과 촬영 초고 시놉을 부탁했다. 김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시간이 되는지. 상의할 것이 있다고 운을 띄웠다. 민소희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