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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택 Aug 06. 2019

박홍택

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


첫 글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면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보는 게 더욱 친숙할 것 같다는 이유다.


작년 이맘때 즈음 나는 11년이란 긴 시간을 달려온 북경 유학 생활을 마쳤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인생의 1부 정도가 이제 막 끝난 셈이지. 흔히 말하 듯 새로운 시작이 눈앞에 펼쳐졌다. 막상 졸업을 앞둔 때부터 꽤 막막했다. 이유인즉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려 9년은 문과를, 4년은 디자인을 전공하며 모든 수업을 중국어로 배웠기에 취업에 앞서 선택의 폭은 꽤 넓었다. 어느 쪽이든 먹고 살길은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언어를 살리는 쪽도, 디자이너로서 뜻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적어도 그 분야에 발이라도 담가봐야 한다. 매사에 늘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기에 나는 대학시절 12가지가 넘는 동아리 및 교외활동을 해왔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지만 매일이 즐겁기만 했다. 많은 활동과 경험은 사실상 사람과 추억만 남기고 떠났다. 정작 진로에 대한 고민은 영영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았다.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졸업 후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너무 뻔하다 싶더라니, 고작 한 달 만에 때려치우고 나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환경이 열악해서가 아닌 그곳에서 지내는 단 며칠 동안 읽었던 잡지를 통해 '잡지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터무니없지 않은가. 졸업과 동시에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해놓곤, 이제 와서 또 다른 게 하고 싶다며 나와버리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땐 무식해서 용감했다. 하물며 중국에서 11년을 살았으니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편하지 않냐고 묻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잡지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욱 그 세계에 매료되었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소개하는 만큼 소재가 고갈될 일 없는 뉴스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뉴스보단 부드럽고 세련된. 이후 에디터가 돼야겠다 마음먹은 순간 '글쓰기'부터 공부하고 훈련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면 늘겠지'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서울 곳곳을 누비며 트렌드를 읽고 에디터가 되기 위한 길을 차근차근 밟아보았다. 그러다 나름 중국어와 디자인을 접목시켜 쓸 수 있는 글을 썼고 마침내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이력으로 올해 초 한 매체에 기자로 취업했다.


직책은 '기자'이지만 언론과 관련된 글을 다루지는 않았다. 오히려 패션&뷰티 에디터라 소개하는 게 어울리겠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며 지향했던 방향은 '잡지'였다. 아니,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거진 b>와 같은 다큐멘터리 매거진을 제작하는 에디터가 되고 싶다. 하지만 경력도 쌓아야 했고 새로운 분야인 만큼 우선 몸으로 접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소 급하게 입사했다.


회사를 통해 꽤 많은 것을 배웠다. 더불어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현실도 느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좋고 이렇다 할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다만, 멀리 보고 판단했을 때 이 직장은 내가 지향하는 매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고작 3개월 만에...


'난 또 금방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훨씬 내 색과 맞는 직장이 날 기다릴 거야' 이런 막연한 기대와 생각만 가지고 불쑥 회사를 나온 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그때의 근자감은 온데간데없고 다시금 취업란에 허덕이는 모습에 자아성찰을 몇 번이고 했는지 모른다. 경제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무작정 나왔으니 생활고에 쫓기는 건 당연했다. 다행히 직장을 구했어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매체는 연을 놓지 않았던 덕분에 가까스로 버텼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심지어 예전보다 글을 쓰기도 어려워졌다. 처음은 멋모르고 내 생각을 글로 전했다면, 이젠 글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글에는 힘과 파급력이 있다는 걸 배우고 난 뒤부터 글을 쓸 때 느끼는 무게감이 달라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무식할 때가 편했다.


에디터는 이름 그대로 편집자란 뜻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일당백을 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에디터가 글과 편집을 모두 맡는다.(해외에는 잡지사마다 에디터와 라이터(Writer)가 따로 있다고 한다) 글 쓰는 법부터 익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가 자신 있는 콘텐츠로 정확하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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