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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Apr 21. 2022

초등학생 생활습관 들이기

초등생활 가이드 #9




자녀를 키우며 아이 몸에 자연스럽게 밸 수 있도록 초등학교 때 생활 습관, 학습 습관을 들여주고 싶다는 생각들, 모든 부모들의 희망사항일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하기,

엄마가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이 닦고 세수하기,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기,

학교 챙겨갈 것들 미리 챙기기,

자기 방 정리하기,

하교 후 옷 정리하기,

과제나 준비물 미리 챙기기,

학교에서 받은 유인물 정리해 두기

등등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어머님들은 이 가운데 과연 몇 가지나 성공? 하셨는지요?


저는 이런 부분들 때문에 걱정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남편을 떠올려봅니다.

남편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내 성에 찰 만큼

그런 생활 속 자잘한 일들을,

내가 더 손 델 필요 없이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요.


그렇게 생각하면

답은, 너무나 명확해집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한 것들을 정리하고 집안 물건들의 질서를 지켜낸다는 것이 엄마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 쉽고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대부분 엄마가 세워놓은 정리정돈이거나 해야 할 일의 기준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남편도, 아이도, 그런 상황들 속에서 스스로 불편하다고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요.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잔소리하고 싶은 이런 것들을, 어린 자녀가 모두 다 잘하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너무 너그러운 엄마라고요? NONO~

그래야 제가 덜 스트레스받고 덜 힘드니까요 ㅋㅋㅋ



물론 아내보다 이런 일들에 더 능숙한 남편분들이 간혹 계셔서, 부인에게 잔소리하는 아버님과 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

부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남편이 잔소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NO THAKNS! 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저분하다 느끼고, 정리정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엄마 본인이 못 이겨 잔소리를 하게 되고, 스스로 못 기다리고 치우고, 오롯이 엄마 일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어머님들이 아이의 학교 성적이나 아이 학습에 대한 불안감이 올라올 때면 평소 불만이던 이런 생활습관들이 눈에 더 거슬리고, 참기 힘들었던 것들에 폭발해 화가 나고, 지적하고 닦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아이는, 내가 필요하다 느껴 생활습관들을 배워가기보다는 영원히 엄마 눈치 보며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남들이야 초등학교 때 스스로 세수하고, 양치하고, 벗은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자기 물건들을 잔소리할 것도 없이 착착 정리하는 아이로 잘 키우셨겠지만,,,

저는 여전히 진행 중이랍니다. ㅋㅋㅋ


사회적인 스킬을 익히는 것에 유난히 서툴고,

누군가의 잔소리를 극도로 싫어하는 준규에게 학교 가방 싸는 법을 가르쳐 준 것도 비로소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3학년 때 까지도 교과서 대부분을 학교 사물함에 넣고 다녔고, 선생님이 나눠 주시는 유인물들은 키세스 초콜릿처럼 옴폭하게 구겨진 상태로 가방에 늘 들어가 있었기에 아이가 그 종이들을 어떻게 가방에 넣었는지 그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에게 ,

가방 정리는 이렇게 하는 거다,

저건 저렇게 하는 거다

라는 말이

아이 귀에 안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 스스로 그러한 일들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것들에 크게 불편하다 느끼지 않는 듯 보였고, 당연스레 그 안내들을 건성으로 듣거나 잔소리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보였기 때문에 별 잔소리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학교에서 잘 받아다가 가방에 넣어오는 것만 해도 장하다' 하면서 가끔 제안을 하곤 했습니다.

“요렇게, 요렇게! 가지런하게 담아오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초등 3~6학년은 홈스쿨링을 했으니 학교 오가며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상황들을 경험하고 몸소 익혀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학교 입학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훨씬 늦은 시기가 되어,

1학년 1학기 내내 가방 챙기기를 도와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학기 초 클리어 파일을 과목별로 준비해 두었다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유인물들을 파일에 말끔히 정리해 넣어둘 수 있도록 교과서와 함께 챙겨주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정리할 필요 없이 학교에 꼼꼼하게 챙겨가 잘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필요할 때 편하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쉽고 당연한 일 같지만, 초등학생들 가운데 많은 남자아이들이 겨울 외투를 놀이터에 벗어놓고 돌아와 어디 두었는지 까먹는다거나, 친구 집에 벗어놓고 온 옷을 까맣게 잊는 일은 흔하디 흔합니다.

옷처럼 당장 없으면 춥다는 걸 느끼는 아이템조차 챙기는 게 늘 서툰 아이들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런 종이 쪼가리(아이 입장)를 꼼꼼히 챙기기 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상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


다시 돌아와 가방 챙기기를 도운 이야기를 더해 보자면, 그렇게 처음에 오리엔테이션 해주듯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주며 안내를 해주었더니 요 녀석이 은근히 엄마의 비 서질이 편한 모양인지 아침마다 요구를 합니다.

자기는 화장실 볼일이 늦어져서 시간이 모자란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 엄마가 더 빨리 잘 챙긴다, 온갖 핑계를 대며 가방을 챙겨달라고 저를 시킵니다.


그 꼼수를 모를 리 없으니 한 학기는 내가 익숙해지게 도와주마 하는 마음으로 1 학기 내내 책가방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떠맡기 듯 챙기는 학교 가방 챙기기도 마루에서 신발을 신으면서는 다시 한번 스스로 재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는, 준규는 그런 아이입니다.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불편해하고, 그런 실수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엄마한테 다 맡겨 놓기만 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눈감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서도 같은 식으로 나를 부려먹으려 하기에 가방 쌀 시간이면 설거지에 집안일을 하며 바쁜 척 ‘네 할 일이니 네가 해라’라고 말하며 깔끔히 가방 싸기 인수인계를 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어머님들이 보시기에 가방 싸는 거 가르치는데 뭘 그렇게 어렵고 번거롭게 다 받아주며 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도 4년 만에 학교를 다시 가는 아이를 향한 더 애절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포함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잘하는 것들에 대한 속도가 참 다릅니다. 평소 인지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속도로 보자면, 생활 속 그런 일들을 받아들이고, 매끄럽게 해 나가는 데는 좀 더 튕김이 심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늘 그런 면에 대해서는 원래 나이보다 4~5살은 어리다고 여기며 가르쳐줍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아이로 하여금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그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는 사이,

어떤 아이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행동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 소리가 징글징글해 더 반발심을 갖기도 합니다.

잔소리하는 만큼, 엄마가 챙겨준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은 더 무신경, 무관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준규 방 대청소, 정리 정돈하는 것, 가방 싸고 학교에서 주는 것들을 다루는 방법처럼 어떤 아이에게는 참 쉬워 보이는 것들을 좀 더 오랜 시간을 갖고 더 공을 들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몸소 보여주고, 그 방법이 당장은 귀찮더라도 이후에 생활에서 어떻게 편안하게 돌아오는지를 체감하게끔 가르쳐 주려고 애씁니다.


고쳐야 하는 행동들만 오롯이 생각하고 상황들을 보자면 별거 아닌 일에 너무 정성을 들이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하루 1~ 3분이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학기초에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고, 잘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1~3분의 관심 혹은 애정을 갖고 네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함께 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일일이 해주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교한 후 가방이 엉망이 된 아이에게 가방을 열어 지적을 하고, 화를 내고, 혼을 내어 아이의 행동이 하루 만에 교정된다면야 그렇게 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쉽겠지요. 하지만 다들 자녀 키우시면서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시리라 생각해요.


그렇게 매뉴얼을 숙지시키듯 하루하루 조금씩 천천히 그 매뉴얼이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어쩌면 부모로서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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