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준비 중학교 생활- 중학교 내신성적 관리
오늘 아침 학교를 가며 아들이 역사 문제집을 던져주고 갑니다.
“엄마, 저 시험 범위 맞춰 문제 푼 것들 채점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서요.
‘내가 니 비서냐~’ 하는 마음이 살짝 들지만 “응~~ 그러지 뭐~~” 하고 기꺼이 비서 모드를 받아들입니다. 남편은 요 며칠, 퇴근 후 그리고 주말, 암기과목 파트너를 해달라는 아들 성화에 '과자를 대령해라, 콜라를 사와라' 요구하며 응해주고 있었으니 형제 없는 아이 부모의 비애쯤으로 여기며 넘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면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공부를 엄마가 도와준다?' 상상도 할 수 없거니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라떼는~' 하며 꼰대 모드 대신 협조해주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혹은 내가 '헬리콥터 맘', '캥거루 맘' 인 줄도 모르고 온갖 수발을 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중학교 1학년은 자유 학년제라 시험이 없고, 간단히 수행평가 개념 정도만 있습니다. 그리고 중 2 때 처음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 흔히 치르는 단원평가도 초3~6년 홈스쿨링을 하며 해본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초등학력 졸업 인정 검정고시 한번 본 게 전부이니 중2 첫 중간고사는 아들도 적잖이 걱정스러워했습니다. 자기 친구들은 내신 대비 학원도 다닌다며 국어나 영어는 조금 불안하니 학원을 좀 알아봐 주면 안 되냐고 합니다. 왜냐하면 중학교 2학년 내신이 영재학교 입시에 퍽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아들의 청에 따라 이리저리 살짝 알아본 결과 굳이 내신시험대비 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고, 과목별로 어떤 식으로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면 되는지 엄마가 초반에는 도와주겠다며 자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는 꽤나 걱정하고 불안해하더니 2학기부터는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감이 잡혔다며 크게 불안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처럼 자꾸 엄마 아빠에게 외주, 혹은 입으로 암기과목을 외우며 암기 받이?를 시키는 통에 중간중간 아이에게 호출이 되곤 해야 했습니다.
오히려 중간고사의 경우는 과목도 적은 데다 3주 정도는 학원도 격일로 가니, 주말에 여행도 가고, 쉬면서 게임도 하고, 친구들 만나 놀기도 하고, 낮잠도 자면서 쉬엄쉬엄 시험공부를 하니 나름의 휴가라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영재학교 입시에서 내신성적과 학교 생활은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당락에 결정적인 요소가 아닌 듯 보이지만, 어쩌면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그런 개념이라 보입니다. 워낙 출중하고 뛰어난 아이들이 지원하다 보니 수과학을 바탕으로 치러지는 2단계 지필평가(영재성 평가와 수학 및 과학 창의적 문제 해결력 평가)에 앞서 서류전형에서 변별력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2021년도 입학시험 기준 전국 8개 영재학교 총 모집인원 789명에 지원자수가 10,798명이었지만 복수지원이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2022년도 복수지원 금지 후 지원인원 5,109명이 실지원자수입니다. 최종 실 지원자수는 5,100명가량이지만 주변에서만 보더라도 아이가 더 버티지 못하거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중학교 내신성적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들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영재학교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렇게 영재고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고, 소위 공부 잘하고 성실한 아이들이 많다 보니 그 틈에서 1단계 평가를 무사히 합격하려면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한과영(한국과학영재학교) 정도는 내신성적에서 모든 과목에서 A이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게 필수는 아니지만 자소서나 추천 서상으로 엇비슷할 때 가려낼 수 있는 변별력이라 봐야 학교생활기록부 정도일 테니까요.
물론 이런 영재학교 입시의 아이러니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한과영(한국과학영재학교) 같은 경우 올해 처음 '장영실 전형'이라는 것이 생겨 선발인원의 20%를 소위 말해 수과학에 미친?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잘하지 않아도 되는, 2단계 수과학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선발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영재 선발에서 이런 퍼센티지가 점점 확대되어야 입시를 위해 학습을 따로 하며 아이들의 영재성을 오히려 죽여가는 이런 상황들이 좀 줄어들겠지요. 무엇보다 부모들에 의해 긴 시간을 학습당하며 입시 준비를 하는 아이들도 줄어들겠지요^^
해당 학교 입학처를 통해 대부분의 1단계 서류전형 통과자들이 내신성적에서 전과목 A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일부 외고나 자사고를 보니 국영수사과 주요 과목만 평가하고 기타 과목들은 가림 처리를 한다는데, 뭘 이렇게 까지 전과목을?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과목 성적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국 학생의 학교생활에서의 성실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수과학에 있어서 창의적이고 심도 있는 평가들을 해낼 정도면 머리가 썩 나쁘지 않은, 아니 공부머리가 꽤 좋은 친구 들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평가하는 수준의 암기과목?, 이 정도는 사실 아이들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공부머리가 좋다는 건, 이해력이기도 하지만 단순 암기력도 포함될 테니까요.
결국 학교 생활에 대해 자기가 싫어하는 과목이더라도 최소한의 성실함으로 임하는 그 자세를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게 되더군요. 왜냐하면 아이가 중간고사를 치르고, 수행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을 보며 그런 경험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초등학교를 다닐 당시에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들에 대해 늘 반문을 품던 아이 모습이 생각납니다. 물론 중학교 수업과 평가들이 공부를 위한 공부인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나 과목들도 있기 때문에 그저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해지기는 합니다.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인데, 이렇게 학교 교육에 대해 기대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살면서 우리는 하기 싫지만 해내야 하는 일은 반드시 만납니다. 항상 존재합니다. 다만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신나고 좋은 일들 위주로 하며 살길 바랄 뿐이지요. 어쩔 수 없이 처리해내야만 하는 하기 싫은 일들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할 때 그나마 버틸만하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 또한 이런 경험들을 통해 배우기도 할 테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작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테니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어차피 해야 하는 과제라면 본인의 목표를 위해 좋은 쪽으로 수용하고 노력하는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 안에서 또 배우는 것도 있어 보였습니다.
수학 과학에서는 학교 성적에 큰 걱정이 없지만 체육 수행평가, 음악 수행 평가가 걱정되어 학기 초 한동안은 새벽마다 친구와 공원에서 만나 줄넘기 연습을 하고 오더군요. 공원 잔디가 잔뜩 튀어 붙어있는 아들의 운동화를 보고 있자니 짠하면서 대견스러워집니다. 초등학교 과정을 놀다시피 패스한지라 학기초 선생님이 일 년 평가 기준과 항목들에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리코더 부는 법과 악보 보는 법을 좀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의 동맹군처럼 리코더 부는 법을 가르쳐 주고, 농구 슈팅 평가를 앞두고 걱정하는 아이에게 주말 나들이로 농구코트가 있는 한강공원을 제안해보기도 하며 도와갑니다.
어찌 보면 그냥 투덜대고 안 하면 그만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자신이 이루고 싶은 어떤 목표를 위해 잠시 투덜대고 싶은 마음을 뒤로 미루고 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내 아이가 또 성장하고 있다 느낍니다. 솔직히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는 스스로도 실컷 놀았다 할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로 일상을 가득 채우며 지냈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것만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계속 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씁쓸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고 또 그로 인해 한 뼘 성장할 아이를 기대하며 그런 순간들에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잘 자라고 있구나...' 하면서요.
그런 마음들이 있기에 채점을 좀 해줘라, 요걸 요기에다 좀 옮겨 적어주면 안 되겠냐, 문제집 좀 서점에서 주문해 주겠냐, 암기 받이?를 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말에 기꺼이 수용하게 됩니다. 잠시간 헬리콥터 맘일 수도, 캥거루 맘으로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이의 성장에서 그저 한편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마음이라 생각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