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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Oct 13. 2024

아름다움을 나누며, 내 세계에 당신을 초대해요

 사진 찍는 사람들의 낭만을 사랑한다. 작은 것도 흘려보내지 않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잡아두려는 낭만을 사랑한다. 길을 걷다 사진 찍는 사람을 발견하면 '무엇을 찍는 걸까?' 궁금해져 그들의 카메라가 향하는 곳을 따라가곤 했다. 그들이 찍는 건 다양했다. 햇빛이 탁자에 내리쬐는 장면을,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귀여운 아이나 강아지를 찍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상 속 낭만을, 삶에서 놓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아름다움을, 그들은 포착하고 있었다.


 얼마 전 고향인 부산에 갔다. 부산에 갈 때마다 꼭 하는 게 있는데, 바로 바다를 보는 것과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부산이 관광지이다 보니 언제 가도 여행 온 사람들이 많다. 여행하게 되면 모든 게 다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찍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평소에 걷는 길이나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 그들에겐 여행의 한 조각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젠 나에게도 부산은 하나의 여행지가 되었다. 오랜만에 본 바다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푸르스름한 하늘과 바다 사이, 오렌지 빛깔로 물들여진 노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연스레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그 순간을 담고 있었는데, 내 옆의 한 외국인도 커다란 사진기로 그 풍경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가족일까, 연인일까, 친구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풍경이었으니까. 옆에 같이 있지 않아도, 벅차오르는 그 감정과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혼자 아름다운 순간을 목도할 때면 감탄하며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파편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책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 모두는 제각각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서로 일치하기를 좋아하고, 이 세상 모든 타인과 이루는 조화를 꿈꾼다. (...) '아름다워'는 일종의 초대다. 우리는 은연중에 동의를 구하면서 타인을 우리의 감성 깊숙한 곳으로 초대한다."


 아름다움은 함께 할 때 감동이 배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사소한 일상에서였다. 때는 회사에서 일이 많아 하늘도 제대로 볼 수 없던 날이었다. 하늘을 보며 위로를 받는 편이라 속상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그때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사진 속 노을도 찬란했지만, 나눠주는 그 사람의 마음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사람과 마음의 눈으로 노을을 함께 본 듯했다.


 아름다움을 나눌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량한 하늘이나 수채화로 그려낸 노을처럼,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움을 경험하면 꼭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생각났다. 그 사람의 하루는 어떠할까, 행복한 날일까, 다소 힘든 날일까, 내가 느낀 이 아름다움을 공유하면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 신기한 건, 받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지 간에,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나누면, 그 사람만의 시선이 담긴 아름다움으로 다시 되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평화로워서, 우연히 내 영상을 본 사람도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렸다. 감사하게도, 그 영상을 보고 누군가 '아름답다'며 연락이 왔다. 그분은 영국에 살고 계신 분이었다. 메시지를 보내준 정성스러운 마음이 감사해서, 영상 원본을 보냈다. 그러자 다음 날 영국의 반짝거리는 하늘과 흩날리는 나뭇잎이 담긴 영상으로 되돌려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한 번도 가지 못한 영국의 하늘을 그분 덕에 보게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나누면 같은 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같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공유한다는 건 각자가 살고 있는 세계에 서로를 초대한다는 의미다. 내 안의 깊숙한 감성을 당신에게 기꺼이 꺼내어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다. 누구와 나누더라도, 물리적인 거리가 멀지라도, 아름다움을 나누는 순간만큼은 서로의 영혼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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