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핸드폰의 노란 화면이 보내온 신호
5년 동안 써왔던 핸드폰이 수명을 다했다. 평온하게 요가 수련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 손에서 핸드폰이 톡- 하고 미끄러졌다. 자주 있는 일이기에 '이번에도 괜찮겠지' 싶어 아무렇지 않게 주웠는데, 어제는 달랐다. 화면이 2분할로 나눠지면서 노란 화면이 깜빡깜빡거리면서 꺼졌다.
내 마음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 연락도 할 수 없고, 노래도 들을 수 없고, 습관적으로 열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가피하게 누군가와 연락을 해야 할 땐 피씨 카톡을 열어 메시지를 보냈다. 늘 자동으로 보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켰다가도, 노트북으로까지 봐야 하나? 싶어서 창을 닫았다.
"아무도 연락이 닿질 않는 곳에서 며칠 쉬다 오고 싶어"라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녀서 핸드폰이 없으면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핸드폰이 불통이니 불안했다. 핸드폰이 나에게 이토록 중요한 존재였다니. 어제 하루에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마침, 어제는 '생각에 대한 마인드풀니스' 회고를 하고 '감정에 대한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안내를 하는 날이었다. 적절한 예시였다. 평화로웠던 내 마음이 후회와 불안으로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 하루에도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있다는 걸 보여주기 좋았다.
명상 안내가 끝나자마자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리고 아까 그 일 미리 좀 하지 그랬어. 표현도 후회 없이 하지" 후회는 늘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한 명만 온 적이 없다. 줄줄이 오는 후회의 끝은 내 탓으로 이어진다.
깜빡-깜빡. 경고등이 깜빡거린다. 망가져버린 핸드폰이 다시 신호를 보낸다.
아, 그 순간 깨달았다. 핸드폰이 5년의 세월을 견디다 수명을 다한 것처럼, 내 안의 오래된 생각들도 이제 교체할 때가 온 건 아닐까?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제 그 생각들 좀 보내줘. 후회와 자책 지겹잖아."
물론 후회는 필수불가결하다. 이 감정은 미래에 '이 행동을 다신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도와준다. 그런데 그 감정이 나를 짓누르기만 한다면, 모든 잘못을 나에게 돌리고 있다면, 그건 건강한 방식일까? 아닐 것이다. 5년 동안 써왔던 핸드폰이 망가진 건 한 번의 실수로 고장 난 것이 아니다. 오래되어 이젠 보내줄 때가 되었을 뿐이다.
하루에도 나를 찾아오는 생각 손님들은 많다. 그중 유독 자주 찾아오는 생각 손님들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꽤 오래 내 안에 머물러 있는다. "과거나 미래를 붙잡지 않고, 지금 내가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해보세요." 요가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과거의 생각 패턴을 보내주고 지금의 나에게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깜빡깜빡, 이제 보내줘야 할 때야.
5년 쓴 핸드폰처럼, 너의 낡은 생각도, 오래된 패턴도. 그만 놓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