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콤플렉스였다. 대학생 때 발표 수업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사람들 앞에 서니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평소에 나오지 않았던 사투리까지 튀어나왔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 상태로 발표가 끝났다. 좌절했다. '왜 난 준비한 것의 10퍼센트도 못 보여준 것일까?' 하면서.
극복하고 싶었다. 말을 잘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부딪쳐보기로 했다.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자진해서 발표했다. 내 성향과는 반대인 활동도 하면서 말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시켰다.
막상 발표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과거의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법.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달달 외웠다. 길을 걸으면서 말하고, 집에서 연기하듯 말하고, 툭 치면 나올 때까지 연습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목소리 톤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나는 떨고 있으나, 사람들은 내가 떨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많이 하다 보니 발표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회사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그냥 한다. 듣는 사람이 한 명이 되었든, 몇백 명이 되었든. 이제는 발표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뭐 어차피 준비하면 그만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뛰어나게 잘한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콤플렉스를 마주하면서 느낀 건, 다 기세라는 것이다. 개그우먼 장도연이 사람들 앞에 나설 때 하는 마인드컨트롤처럼, 나도 그렇다.
과거의 난 누가 평가하는 것에 대해 민감했다. 듣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고, 그들을 바라보다 말의 흐름이 끊길 때도 많았다. 지금은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한다. '그냥 하자. 잘 보이려 하지 말고, 내가 준비한 것만 그대로 보여주자'라고 마음먹는다. 시선을 타인에서 나에게로 돌리기 시작하면 단순해진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준비한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이제 부담이 덜 하지만, 여전히 말에 대한 콤플렉스는 있다. 말뿐일까. 살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난 여러 번, 다시 부딪쳐볼 것이다. 두려울수록 '아님 말고'의 마음으로 그냥 해볼 것이다. 모든 건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