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비교적 쉬웠다.
그 사람의 아픔, 어둠마저도 껴안고 싶었으니까.
그 사람 안의 가시 돋친 상처가 나를 여러 번 아프게 해도 그마저도 사랑했다.
사랑할 때는 몰랐다.
내 마음이 으스러져 있는지도.
뒤늦게 너덜거리며 찢어진 마음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 아팠구나.
그제야 사랑을 나에게 보낸다.
나에겐 정작 말하기 어려웠던 그 말,
'마저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이젠 스스로 되뇐다.
나의 우울 마저도, 불안 마저도,
상처 마저도, 회피 마저도,
부족함 마저도, 쓸모없음 마저도,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모습 마저도,
약점과 모순덩어리인 나 마저도
모두 사랑해.
그런 나마저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