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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 새로운 시대의 MTV가 되다

게임은 어떻게 '가상 공연장'이자 '음악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진화했나

by JUNSE

Sound Essay No.55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 새로운 시대의 MTV가 되다

게임은 어떻게 '가상 공연장'이자 '음악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진화했나

landscape_comp.jpeg 출처 : www.fortnite.com


1,2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한 콘서트


2020년 4월, 전 세계 음악 산업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힙합 아티스트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콘서트가 열렸는데, 관객 수가 무려 1,230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콘서트는 스타디움이나 공연장이 아닌,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렸습니다.


거대한 아바타로 변한 트래비스 스캇이 게임 맵을 짓밟으며 등장했고, 플레이어들은 총을 쏘는 대신 춤을 추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단 10분의 공연으로 트래비스 스캇은 약 2천만 달러(한화 약 26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그가 오프라인 투어 공연을 몇 달 동안 해서 벌어들일 수익을 단 하루 만에 넘어선 수치입니다.


이 사건은 명확한 신호였습니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놀이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Z세대와 알파 세대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소셜 미디어'이자,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소비하는 '차세대 MTV'가 되었습니다.



듣는 음악에서 '경험하는' 음악으로

p-1-91335294-skincare-goes-to-roblox 복사본.jpg 출처 : www.fastcompany.com


과거의 음악 홍보 공식은 단순했습니다. 라디오에 내보내고, TV 쇼에 출연하고,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10대들은 TV를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안에서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놉니다.


이 플랫폼들에서 음악은 '청각적 감상'의 대상을 넘어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놀이'가 됩니다.


아바타와의 일체감 :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춤을 내 아바타가 똑같이 춥니다(Emote). 음악은 춤추기 위한 도구가 되고, 그 춤 동작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음악 소비의 일부가 됩니다.


공간의 변형 : 음악의 비트에 맞춰 게임 속 세상이 중력이 바뀌거나, 불바다가 되거나, 우주 공간으로 변합니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로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몰입형 음악 경험'은 기존의 뮤직비디오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줄 수 없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아이들에게 트래비스 스캇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나와 함께 게임 속을 날아다닌 형'으로 기억됩니다.



음악 산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 : 가상 굿즈와 메타버스 투어


음악 산업 입장에서 게임은 '음원 수익' 이상의 노다지입니다. 스트리밍 수익은 곡당 0.003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게임 속에서 아티스트의 스킨(의상), 춤 동작(이모트), 가상 악기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Poppy-playing_Robeats 복사본.jpg 출처 : gamesbeat.com 'Roblox unveils Listening Parties for music artists'

로블록스의 '리스닝 파티' : 팝스타 자라 라슨이나 릴 나스 엑스는 로블록스에서 신곡 발표회(리스닝 파티)를 열었습니다. 팬들은 가상 공간에서 굿즈를 사고, 아티스트의 아바타와 셀카를 찍고, 미니 게임을 하며 신곡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이는 억지로 광고를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참여형 마케팅'입니다.


비대면 시대의 대안 : 팬데믹 기간 동안 오프라인 공연이 막혔을 때, 게임은 유일하게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안전한 공연장이었습니다. 이제 팬데믹은 끝났지만, 물리적 거리와 인원 제한이 없는 '가상 투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남아 있습니다.



음악은 어디에나 흐른다

maxresdefault.jpg 출처 : ww.hypebot.com 'Popular platforms that are hosting virtual concerts'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는 증명했습니다. 음악이 흐르는 곳은 더 이상 레코드 가게나 콘서트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음악은 필요합니다.


지금의 10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어렸을 때 그 노래 라디오에서 들었지"라고 추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그 노래, 포트나이트에서 친구들이랑 날아다닐 때 나왔던 노래잖아!"라고 말할 것입니다. 음악의 미래는, 어쩌면 빌보드 차트가 아니라 게임 서버 접속자 수에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브랜드와 콘텐츠는 지금 아이들이 놀고 있는 그 가상 세계 안에 어떤 소리를 심어두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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