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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진 Apr 27. 2024

<바람이 걸어온 자리>를 출간하며

나를 그리고 지나간 모든 순간의 고요

산 너머 호수는 들길로 스며

맑은 빛 어린 고요를 실어옵니다.

풀바람 번져와 길을 비춥니다.

옛터의 부서진 돌과

수없는 발자국 저무는 들판을 건너,

삶의 한가운데로 솟구치던 물길의 적막에

머물다 떠납니다.

눈 덮인 산에 내려앉은 어스름과 함께

길 위의 집으로 향합니다.


먼 시공을 불러와 펜을 듭니다.

스쳐 지난 길로

조금의 낯섦을 찾아 나섭니다.

물러나 바라보는 거리가 흘러옵니다.

자연의 빛이 품는 소리와

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닿으려

오랜 시간의 흔적을 비추어 담습니다.

걸어온 내 안의 시간을 밖으로 잇는

길 한 갈래를 더합니다.

선을 잇고 붓을 스치며

스스로 번져 어울리는 작은 세계가

흐르는 길에 기억을 짓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오늘의 길을 나섭니다.

길 그 너머를 헤아리는 여정에서

바라고 향하며

갈림길에서 엉키어 돌아서며

보이지 않는 길을 에워 돌아 들어섭니다.

걸어온 길은 삶을 받아 안고 나아갑니다.


모두의 길이 흐릅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바람이 걸어온 자리》에는 삶을 경건히 여행하는 이의 고요와 침묵이 가득 피어납니다. 

작가가 응시하는 세계는 언뜻 외롭고 적막해 보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텅 빈 고요는 여행자의 발 아래서 흩어져 어디론가 흘러가고, 해가 뜨고 바다가 밀려드는 거대한 자연의 질서가 다시 분주한 삶을 재촉합니다. 저문 시대의 기적이 울리는 붐비는 거리, 묵빛이 내려 흐르는 고즈넉한 산방, 비좁은 골목에서 마디마디 춤을 추는 마리오네트, 수풀 그늘에 한가로이 자리 잡은 악어, 갓 구운 빵이 나오길 기다리며 서로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침묵의 언어를 닮은 깊은 어둠, 오렌지와 파랑 파라솔이 꽉 들어찬 광장에 쏟아지는 햇빛, 갈매기가 소리 내어 우는 아침의 빈터……. 작가는 이처럼 고요한 자연과 수런거리는 삶이 하나 되는 장면을 간결하고 소박한 붓질로 그려냅니다.

-책과이음 서평 중에서 



-북카드 중에서


https://bit.ly/3wbU3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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