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냐고 그만 물어보세요
이제는 시들해지고 있는 MBTI..
하지만 아직 상대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은 나에게 ‘넌 T 100%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농담 삼아 나는 T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거라고 대답하곤 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린 어릴 땐 친구가 소중하고 부모한테 의존하던, 또 그래서 상처받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F 같은 인간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F와 T를 보는 시선은 ‘네가 내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는지’로 판단한다.
딱 잘라 말하자면 “이거 아니다”
-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T?
공감은 사실 T와 F가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인간에게는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
-정서적 공감
이해를 돕자면 권투 시합을 하며 얼굴이 붓고 피를 흘리는 선수를 보면 아프겠다고 공감한다. 왠지 나도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공감이 정서적 공감이다. 다른 예로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간 친구가 서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서울말을 어설프게 쓰지만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이 경우도 거울신경세포와 정서적 공감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인지적 공감
Mentalizing 이것은 상대의 반응을 보고 학습하는 것이다. 역지사지할 수 있는 능력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화가 되어가면서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액션 영화를 보면 두들겨 맞는 주인공을 보고 아이는 아프겠다고 정서적 공감이 먼저 이루어지지만 어른이 되면 ‘나라면 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했을 텐데..라고 모니터링 상황을 거친 뒤 아프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서적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슨 병을 가진 사람들은 정서적 공감이 자동으로 발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사람들의 감정에 따른 표정 사진을 놓고 공부를 하며 정서적 공감이 없이도 인지적 공감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굳이 두 개를 구분하고 어느 것이 더 우월하지 않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T, F는 공감과 무슨 상관일까
F가 하는 것은 정서적 공감이 더 발달되어 있는 것이고 T는 인지적 공감이 더 발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너는 T니까 공감 못하는구나!라고 말한다면 공감하는 방식이 다른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외집단을 배척하는 행위가 된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공감할 필요는 없다. F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아니라 삶에서 감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이다.
F와 T로 나누는 행위자체가 흑백논리이다. 복잡한 관계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시안적이고 폭력적인 이분법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다음은 공감의 범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이미지 출처: https://www.manz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