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엄마와 둘이 살다 보니 3칸짜리 집은 사치 었다 안방은 엄마와 나랑, 방하나는 언니들 중 한 명이, 그리고 주방 옆으로 한 평짜리 방 하나를 월세를 줬다. 월세라고 하기에도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부엌, 화장실, 거실도 같이 써야 했다. 무엇보다 무조건 '여자'만 들어올 수 있었다
방을 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초반 시골에서 올라온 언니가 들어왔단다 그 당시 그 언니는 인형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 10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어느 날 그 작은방에서 티비 소리가 세어나와 조심스럽게 방문 앞에서 기웃거렸다 국민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애가 빼꼼 거리니 들어오란다 그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티비하나, 이불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으론 곰돌이 인형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중 제일 예쁜 곰돌이 인형 하나를 나한테 주며 선물이라고 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 서울에 혼자 올라와 돈 아끼겠다며 남의 집 방 한켠에 들어와 살면서 얼마나 서러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직도 곰돌이 인형을 보면 이따금씩 그 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