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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Mar 18. 2021

페르소나

보이지 않는 웃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실로 엄청난 가식이 요동치는 세상인 듯하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요란한 소음과 비교와 질투의 대상이 넘실대는 곳에서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체념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것인가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냐가 아닌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 것이냐로 대체하는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주 적합하겠다.


가면을 벗지 않는다. 살짝 말아 올린 입꼬리 너머에서는 고독이 묻어난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이라면 너마저 그곳에 올라선 안된다는 일종의 미끄러짐이 담겨있다. 말을 하면서도 증오가 생기고 축하를 하면서도 배신이 담긴다. 탓할 대상이 없다. 사회가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 간 것이지 그들에게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일전에 양면성에 대해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어른이 될수록 그 양면성의 성질에 대해 더욱 깊게 물들어가는 느낌이다. 진심을 앞세워 표현하기보다는 상대의 패를 먼저 보기를 원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혹시 모를 증거를 찾는 편집증세가 강해진다. 이 또한 나를 탓할 것은 아니라며 스스로 위안과 자책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성질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진심이 없는 곳에서는 순진한 감정은 욕심일지 모른다. 더 복잡하고 더 불편한 관계들이 지속될수록 더 간단하며 더 본질적인 원칙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지며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 생긴다는 사실이 더 나를 재촉한다.


배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쓴다. 나의 온전한 감정과 진심이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받는 것보다 피해를 주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 때문에 가면을 쓴다. 그 가면이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본질적 자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가면은 내 일상생활을 지켜줄 것이며 나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줄 것이다.


주가 변동처럼 가식이 요동치고 비이성적 과열의 흥분과 충동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상대적인 이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가면이 필요하다. 끝없이 경쟁과 비교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온전한 정신과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면이 필요하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기에

절대 완벽해질 수 없음을 알기에

고독한 것이 실패하는 것보다 낫기에

가면을 쓰는 것이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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